"사실확인 거친 사건보도 명예훼손 아니다"

  • 입력 2001년 5월 4일 18시 45분


역사적 사건에 대해 충분한 사실확인 작업을 거쳐 보도한 경우 보도내용이 진실하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송진훈·宋鎭勳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이승만 전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씨가 99년 제주 4·3사건을 보도한 제민일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4·3사건 당시 이승만정부의 계엄령 등이 불법적인 것인지 여부는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 신문의 보도내용이 진실하다는 증거는 없다”며 “그러나 제민일보가 국내외 논문과 생존자들의 증언, 법학자들의 자문 등 충분한 사실확인 작업을 거쳐 보도한 이상 보도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므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승만 전대통령은 계엄 당시 국정 책임자로 공적인 지위에 있던 인물이었고 기사 내용도 역사적 사실과 이에 대한 평가를 보도한 이상 피고 신문의 보도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명예훼손 등 불법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씨는 제민일보가 4·3사건을 다루면서 이 전대통령이 법적 근거 없이 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에 의해 양민이 대량 학살됐다고 보도하는 등 허위 보도를 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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