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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묶인 수도권]"땅 놀려도 창고 하나 못지어" |
이 대표는 올 2월 경기 평택시에 광통신커넥터의 핵심부품인 페룰(ferrule)을 생산하기 위해 2240평 규모의 공장 건축허가원을 냈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는 “계약상 무슨 일이 있어도 8월부터는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데 대책이 없다”고 말한다.
▼글 싣는 순서▼ |
① 기업 발목 잡는 공장총량제 ② 공장은 허물고 신도시는 개발 ③ 여주는 'No', 문막은 'Yes' ④ '대학도 총량제' 논란 |
이 대표는 첨단산업시설은 반드시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른 지방도시에서는 고급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공구 하나를 사려 해도 멀리 서울까지 올라와야 하고 원부자재를 공급해줄 협력업체도 없다”면서 “무조건 수도권에서 밀어내기에 앞서 기업활동이 가능하도록 기초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비 수도권의 지방공단도 평당 40만원이고 평택도 40만원인데 뭣 때문에 먼 지방에 내려가겠습니까?”
▼"건축허가 브로커 활개"▼
이 대표는 “수도권 전체 공장물량을 제한해 필요한 공장을 짓는 데 걸림돌이 되는 공장총량제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때문에 건축허가를 받아 기업인들에게 몇 배씩 받고 팔아치우는 공장 브로커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인구과밀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의 개정 요구가 경기도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높아가고 있다.
최근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경기도 기업인과 지역유지, 각급 단체장 200여명의 조찬 모임에서는 공장총량제를 포함한 수정법에 대한 강도 높은 불만이 터져나왔다.
경기 안성상공회의소 이병균(李炳均) 회장은 “자재 창고 하나도 맘대로 못 만드는데 어떻게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들과 경쟁을 하라는 말이냐”며 흥분했다.
99년 이후 수도권 일대에서 공장 신축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공장총량제 적용으로 신축은 물론 증개축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기도의 불만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한해 배정 받은 공장신축 허가물량은 392만1000㎡로 9월에 바닥나 버렸다. 때문에 올해로 허가 여부가 넘어온 지난해 신청 물량만 1761건에 198만4000㎡이고 이로 인한 손실 추정액은 4조원에 이른다. 올 들어 배정된 공장 신축 물량도 이미 바닥난 상태다.
경기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제도 개선을 요청했고 수도권출신 여야의원 48명도 지난해 12월 공장총량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수정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총량제론 정책효과 없어"▼
건설교통부는 “수도권 인구 집중 억제 방침에 역행하는 데다 나머지 지방시도가 ‘공장총량제가 폐지될 경우 기업의 수도권 집중이 심화돼 지방경제는 더욱 피폐해진다’고 반발하고 있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장총량제로는 정부의 정책 목표를 살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상대(李相大) 박사는 “선착순으로 건축허가 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공장 집중을 막기보다는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며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공장총량제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장총량제▼
건설교통부가 수도권의 인구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시도에 매년 새로 지을 수 있는 공장건축면적을 정하고, 이 범위에서 공장을 짓도록 규제하는 제도.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근거를 두고 9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국가 및 지방공단 등 산업단지를 제외한 일반지역에 지어지는 건축물이 대상이었으나 95년부터는 산업단지에 들어서는 건축물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대상 건축물은 공업 배치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이 정한 공장 제조시설과 부대시설 중에서 건물연면적(바닥면적의 합)이 200㎡ 이상인 경우이며, 신축 증축 용도변경 등과 같은 건축행위를 할 때마다 적용을 받는다.
부대시설에는 기숙사 연구시설 창고 등 생산시설과 무관한 건축물도 포함되며 가설건축물과 건축법에선 허가나 신고대상이 아닌 건축물도 대상에 포함하는 강력한 규제다.
<수도권패트롤팀>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