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대법원 또 힘겨루기…구상금 소송관련 갈등 재연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43분


대법원이 국가배상법 조항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을 따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해 96년 양도소득세 부과기준을 둘러싼 사건에 이어 두 기관간에 또다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대법원 판결〓대법원 3부(주심 송진훈·宋鎭勳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리젠트보험(옛 해동화재보험)이 ‘국가배상법 제2조 1항 단서 규정은 한정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낸 구상금소송 재심사건에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에 영향력이 없다”며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한정위헌은 일반적인 위헌결정과는 달리 문제의 법률조항은 그대로 살려두면서 다만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헌재가 법률 조항의 전부나 일부를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경우에는 법원에 대해 기속력(羈束力)이 없으므로 재심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한은 헌법이 보장하는 법원의 본질적 권한이고 헌재가 다른 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사법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사실관계〓86년 11월 정모 중사가 같은 부대 유모 중사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길을 가로질러 가던 중 안모씨의 승용차와 충돌, 유중사가 숨지자 유중사 유족은 안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리젠트보험은 보험에 가입한 안씨를 대신해 손해를 배상한 뒤 정중사가 책임질 몫을 배상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군인이나 그 유족이 각종 연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법이나 민법 규정을 근거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헌재는 보험회사가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민간인이 사고에 개입됐을 경우 국가에 대한 구상금 청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가배상법 규정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고 리젠트 보험은 이를 근거로 재심청구를 냈다.

대법원과 헌재는 96년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와 공시지가 가운데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와 관련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놓고 서로 엇갈린 판단을 내려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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