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교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청소년들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야바위꾼’들의 상업광고로 오염되고 있다. 금품을 미끼로 해서 노골적으로 학생들을 유혹하는 광고에서 피라미드식 회원 모집광고, 각종 할인광고까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학교측에서는 전담교사까지 두고 비교육적인 상업광고를 삭제하고 있으나 워낙 많은 물량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데다 내용을 삭제하더라도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다시 올라오는 집요한 공세에 두손을 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광주 K고 정보부장인 박모교사(45)는 최근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네티즌이 게시판에 띄운 ‘매달 300만원을 버는 법’이라는 제목의 글 때문. 어느 외국 사이트에 접속해 쇼핑난을 클릭하면 ‘1시간에 0.6달러, 회원을 1명 확보할 때마다 100원 추가’라고 돼있었다. 박교사가 이 글을 발견하기도 전에 이미 50여명의 학생들이 ‘다녀갔다’.
‘라스트’라는 이름의 네티즌이 광주 J여상 홈페이지 게시판에 띄운 ‘안보면 후회해’. 전자상거래 중개 사이트를 광고하면서 ‘5일 만에 25만원을 벌 수 있음. 추천인을 입력하면 1만원, 입력하지 않으면 5000원 지급’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내용의 상업광고가 3건이나 더 올려져 있다.
전주 Y여고 홈페이지 게시판. ‘옷 사고 싶은데 돈 없으신 분들 보세요’라는 글이 눈길을 끈다.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으면 1인당 5000원씩 통장에 현금으로 입금시켜준다는 ‘솔깃한’ 내용에 이어 62명의 추천을 받아 30만원을 벌었다는 ‘체험담’까지 실려 있다.
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3초에 1만2500원’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부업을 소개하는 글도 떠있다. ‘컴퓨터 화면에 배너 띄워 시간당 돈벌기’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서 할당된 아이콘들을 클릭해서 개수 채워 돈 받기’ ‘e메일 날아오는 것 열어보면서 건당 돈 받기’ 등등.
또 다른 네티즌은 이 게시판에 ‘메일 1개 읽을 때마다 1만2500원을 확실히 보장합니다’라는 희한한 내용의 회원 모집광고를 띄워놓기도 했다.
대전 D고의 홈페이지는 상업광고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방명록에 올라 있는 200여건의 글 가운데 상당수가 물품광고. 모 사이트에 가입할 경우 2만원을 선불로 주겠다는 내용에서 피라미드식 모집광고, 할인판매광고, 과외안내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심지어 대전 시내 D여고 홈페이지에는 제주도 관광을 안내하는 프로그램과 여행사의 연락처를 싣고 있는 글도 떠있다. S여고에는 ‘인삼 전문 쇼핑몰’도 떠있다.
광주 P고 정보부장인 김모교사(39)는 “매일 게시판을 검색하며 문제 있는 내용을 삭제하고 있지만 교사 한 두명이 무차별적으로 퍼붓는 인터넷 광고공세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전주·대전·광주〓김광오·이기진·정승호기자>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