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빈익빈 부익부'…26% 한해 20건미만 수임

  • 입력 2001년 5월 6일 19시 10분


변호사들의 ‘생태계’가 최근 수년간 크게 바뀌었다. 변호사 수의 대폭 증가로 각 변호사에게 돌아갈 ‘먹이’가 크게 줄어들었는가 하면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변호사회가 6일 공개한 ‘변호사 사건수임 실태’ 자료에 따르면 3월 현재 서울변호사회 소속 개업 변호사는 2935명으로 97년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이후 4년 만에 3000명에 다가섰다.

변호사 수의 증가는 사법시험 정원이 확대된 96년 합격자들이 배출되기 시작한 99년부터 본격화돼 98년 2139명, 99년 2380명, 2000년 2663명에서 올해 2935명으로 늘었다. 98년 이후 3년간 증가한 변호사 수(796명)가 그 전까지 8년간(90∼97) 증가한 변호사의 수(886명)와 거의 비슷하다.

반면 변호사들이 의뢰받는 사건 수는 민사 본안사건의 경우 97년 5만여건에서 99년 4만3000건으로 오히려 떨어졌으며 형사사건 역시 99년 2만여건으로 그 전년에 비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변호사 1인당 수임사건 수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90년부터 96년까지 평균 54건을 유지해 오던 1인당 평균 수임건수(본안사건 기준)는 96년 58.5건을 정점으로 해서 줄어들기 시작해 97년 57.2건, 98년 53.5건, 99년 46.9건으로 줄었으며 지난해에는 41.5건에 불과했다.

변호사들간의 수임 실태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평균 수임건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건 이하를 수임한 변호사가 694명으로 전체의 26%에 이른다. 국회의원이나 대학교수 겸직, 시민사회단체 상근과 유학 등으로 사건을 전혀 수임하지 않은 변호사도 700여명에 이르렀다.

강희철(姜喜哲)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많은 변호사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며 “변호사들은 사법시험 합격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새로운 분야를 개발하면서 부단히 전문지식을 쌓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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