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8군내 대학분교 무더기 부정입학

  • 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46분


외국 여권을 위조해 입학 자격이 없는 한국 학생들을 주한 미8군내 미국 대학 분교에 입학시킨 조직과 학부모, 학생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에는 특히 지난해 12월말 재외국민 대입 특례입학 부정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켄트외국인학교 이사장 조건희(趙健姬·52)씨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혐의 내용〓서울경찰청 외사과는 7일 외국 여권을 위조해 한국 학생 10명을 서울 용산 미8군 기지내 ‘센추럴 텍사스 칼리지(CTC)’ 한국 분교에 부정 입학시켜 주고 학부모로부터 1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조씨를 추가 기소하고 브로커 송모씨(63·여·전 미8군 군속)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당시 CTC 교무처장이던 미국인 H씨(48)와 위조 여권을 만들어 준 김모씨(67·파나마 거주), 그리고 학부모 학생 등 모두 19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99년 11월경 윤모씨(42·여) 등 학부모 10명으로부터 “아이를 CTC에 입학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경비 명목으로 1인당 1300만∼4200만원씩 받은 뒤 여권을 위조, 부정 입학시킨 혐의다.

파나마에 거주하는 김씨는 조씨로부터 여권 위조 경비와 학생 사진 등을 넘겨받아 코스타리카 영국 캐나다 국적의 가짜 여권을 만든 뒤 항공 우편 등으로 전달했으며 브로커 송씨는 학생들의 여권이 위조된 것임을 알면서도 입학 수속을 대행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미 군속 H씨의 경우 조씨에게서 넘겨받은 학생들의 서류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으로 보고 일단 신병을 미군 수사대에 넘긴 뒤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미8군 영내 대학 분교〓CTC 한국 분교는 메릴랜드 주립대 한국 분교와 함께 미군 캠프 안에 설립된 학교. 이 학교는 97년 7월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또는 국내 거주 제3국인만으로 입학 조건을 강화했다.

졸업 학점 60학점 중 30학점만 이수하면 미국내 다른 대학으로 편입이 가능하고 수강 확인서 등 서류를 주한 미 대사관에 제출할 경우 미국 유학 비자 취득에도 유리해 학부모들의 부정 입학 문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텍사스주의 본교에 유학할 경우 체재비 등 2년간 1억원 이상이 드는데 비해 한국 분교에 다닐 경우 1500여만원이면 졸업이 가능해 많은 학부모들이 부정 입학을 원한 듯하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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