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마늘수입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트랙터로 마늘밭을 갈아엎고 중국 국기를 불태우는가 하면 호주산 생우 수입에 격분한 농민들이 소 수송차량의 타이어를 펑크내는 등 과격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농민들이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대규모 수입 개방으로 국내의 취약한 농축산물 산업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 실제로 마늘의 경우 작년 한중협상으로 중국산이 수입되면서 생산농가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한때 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절반 수준까지 폭락한 것.
▽생우 수입 왜 문제인가〓경남 김해시 농원식품은 문제의 호주산 생우를 농가에 분양한 뒤 무게가 700㎏에 도달하는 6개월 후 다시 사들여 전량 도축, 전국에 냉장육우로 판매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한우축산 농가들은 “쇠고기 수입이 전면 개방되고 광우병 및 구제역 파동이 일면서 국내 축산농가는 파산 일보직전”이라며 “여기에 외국산 송아지까지 입식돼 대량 판매되면 설자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우협회 경북지부 남호경회장(53)은 “분양을 받기로 한 농민들이 포기할 때까지 저지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한우협회 경남 울산지회(지회장 임경철)도 사료회사와 대리점 등에 협조문을 보내 호주산 생우 사육농가에 사료와 짚, 톱밥 등의 공급을 중단해 주도록 요구하는 한편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마늘 파동〓2일 오전 경북 의성군 봉양면 문흥리 마늘밭. 이 마을 김모씨(42) 등 의성군농민회 회원 등 마늘재배 농민 100여명은 트랙터로 마늘밭 400여평을 갈아엎고 중국 국기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불태웠다.
이들은 정부가 중국산 마늘을 수입하는 바람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한중마늘협상을 백지화하고 이미 수입한 마늘은 폐기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전남 해남군 농민회는 “작년 중국산 마늘이 시중에 풀리면서 ㎏당 1650원을 호가하던 마늘값이 한때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1250원까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마늘 주산단지의 하나인 충북 단양군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전영식(田英植·42)씨도 작년에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아 놓았다 한파로 썩어버린 마늘을 두엄으로 쓰고 있다.
전남 고흥군의 농민 이모씨는 “기계화 및 경지정리가 돼 있지 않아 애초부터 중국산과의 가격경쟁은 무리”라며 “일본의 경우 수년간에 걸쳐 투자를 해왔는데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광주·청주〓이혜만·정승호·지명훈기자>ha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