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드러낸 '감자꽃' 시인 얼굴

  • 입력 2001년 5월 7일 21시 41분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감자꽃’라는 이 동시로 잘 알려진 아동문학가 권태응(權泰應·1918∼1951)선생의 생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 14점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권 시인의 딸 영진(寧珍·57)씨는 6일 충북 충주시 칠금동 선생의 생가에서 타계 50주기를 기념해 열린 ‘권태응 문학제’에 참석, 행사를 주최한 민족문학작가회의 충북지회측에 빛바랜 사진 14장을 전달했다.

이들 사진은 권 시인의 일본 와세다대 유학시절(1937―39년) 모습 등을 담은 것으로 영진씨가 부친의 유물 가운데 찾아낸 것이다. 지금까지 권 시인의 사진은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

권 시인은 일제 때 비밀 독서회 사건으로 1년간 옥살이를 했으며 감자꽃와 ‘아기는 무섬쟁이’ 등 293편의 동시를 남긴 독립운동가 겸 아동문학가. 특히 최근에는 우리 문단 일각에서 그를 재평가하는 작업이 활발해 이번 사진 전달은 의미가 깊다는 지적.

아동문학가 이오덕(李五德)선생은 최근 출간한 동요 비평집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를 통해 무국적 아동도서가 판치고, 도시화로 무너진 농촌을 팽개치고 남미로 인도로 글 감을 찾으러 떠나는 우리 문단을 비판한 뒤 권 시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이날 행사에 참석한 도종환(都鍾煥)시인은 “선생의 작품은 말장난에 치우친 언어유희나 무조건 아름답게만 묘사하려는 천사주의에 빠지지 않고 민족 현실과 농촌의 삶, 그리고 자연 등의 주제를 쉽고 재미있고 토속적인 언어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충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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