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돕다 희생 순직 아니라니…"

  • 입력 2001년 5월 8일 23시 51분


올 3월 지하철안에서 노숙자에게 봉변을 당하던 여대생을 돕다가 흉기에 찔려 숨진 서울 관악소방서 전 소방교 채희수(蔡熙秀·37)씨의 죽음이 ‘순직’으로 처리되지 않아 유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관악소방서측은 지난달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채씨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해 달라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신청했으나 공단측은 “채씨가 지하철에서 내려 문제의 노숙자를 역무실로 데려간 행동은 공무상 직무로 볼 수 없고 통상적 출퇴근 경로도 이탈했기 때문에 순직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채씨의 유가족들은 “국민을 위해 희생할 것을 맹세한 119구급대원으로서 시민을 돕다가 죽었는데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소방서측은 조만간 행정자치부에 공단측의 결정에 대한 재심을 신청할 예정.

이와는 별도로 소방서측은 유가족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달 중순 보건복지부에 채씨를 ‘의사자’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현행 규정상 의사자는 직무외의 행위로 타인의 급박한 위험을 구제하다가 사망한 자로 돼있다.

관악소방서 관계자는 “전철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다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에 대해 일본 당국은 산재(産災)를 인정했다”며 “공단측이 무조건 규정만 내세우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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