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법 시행 어떻게]재원문제 해결 '산넘어 산'

  • 입력 2001년 5월 9일 02시 01분


모성보호법이 지난해 6월 국회에 제출된 지 1년 만에 결실을 이루게 됐다. 그러나 당초 이 법의 핵심 중 하나였던 육아휴직 기간에 고용보험기금에서 생활비를 보조해 주는 내용이 보류될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재원 문제도 명쾌히 해결되지 않아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고 정부 실무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돈은 어디서〓핵심 쟁점은 출산휴가가 60일에서 90일로 늘어나면서 추가로 소요되는 30일분의 임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8일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노동부는 “고용보험이 비용을 계속 부담하면 3년 후 기금의 원금이 잠식된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동부는 “5년 정도만 고용보험에서 충당하고 이후 일반회계로 충당한다고 법안 부칙에 명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휴가 연장과 관련한 올해 예산이 150억원 확보돼 있고 7월 시행하더라도 실제 지급되는 임금은 10월부터 발생하므로 서둘러 준비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육아휴직 보조금 보류〓최대 1년간 쓸 수 있는 육아휴직 기간에 ‘월 25만원 수준’의 생활비를 보조하기로 했던 내용을 보류키로 한 것은 재계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카드로 해석된다.

육아휴직 보조금은 전액 고용보험 기금에서 충당하기로 되어 있어 기업측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는 셈. 게다가 재계는 “보조금 지급으로 휴직 신청이 늘면 그 기간에 대체 근로자를 고용하는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며 정부 방침에 반발해 왔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근로자 1000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37%가 “보조금이 지급되면 육아휴직을 신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육아휴직 신청자는 출산 근로자의 0.2%였다.

▽태아검진휴가도 보류〓태아검진휴가와 가족간호휴직제 보류 방침도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 특히 태아검진휴가는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들이 절실히 요구했던 항목이었다. 재계가 폐지를 주장했던 생리휴가가 존속되기 때문에 겉으로는 평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리휴가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중인 근로시간 단축 문제와 연관돼 어차피 없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성·노동계 반응〓여성계는 민주당의 모성보호법 시행방침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기선미 정책부장은 “당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개정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공식 발표가 있은 후 개정안 내용을 수용할지 여부는 내부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이정식 대외협력본부장은 “육아휴직 보조금 지급 등 핵심이 빠진 모성보호법안은 의미를 상실했다”면서 “정치권이 재계 등과 연계해 원칙을 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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