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의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이 8일 강원 삼척의 준경릉(濬慶陵) 소나무와 혼례를 치른 데 대해 보은 지역 주민들이 씁쓸해하고 있다. 정이품송에는 이미 ‘공인’된 아내가 있기 때문.
정이품송이 있는 내속리면 상판리에서 동남쪽으로 5㎞ 가량 떨어진 외속리면 서원리에 있는 높이 15m, 밑둘레 3.3m의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2호)가 바로 그 ‘여인’.
이 소나무는 지상 80㎝ 높이에서 나무가 두 갈래로 갈라져 있고 풍성한 외모가 넉넉한 부인을 닮은데다 수령도 600년으로 정이품송과 비슷해 언제부턴가 ‘정부인송(正婦人松)’으로 불려왔다. 관광안내서에도 ‘정이품송과 내외지간이라고 전해진다’고 소개돼 있다.
서원리 이장 권중건(權重建·37)씨는 “정이품송이 혈육 보전을 위해 500세 정도 연하의 젊고 싱싱한 배필이 필요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내를 옆에 두고 굳이 먼 타향까지 장가를 가버린데 대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은군청 문화재 담당 직원 홍영의(洪永義)씨는 “혼례가 산림청 주관으로 이뤄져 군청이 관여할 수 없었지만 주민들은 정부인송을 통해 혈통을 보전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고 이 지역 여론을 전했다. 소나무는 암수 구별이 없지만 이들 소나무에는 오래 전부터 인위적으로 지위와 성을 부여해 왔다.
충북도산림환경연구소는 8일의 삼척 혼례식과는 상관없이 조만간 정부인송이 정이품송의 혈통을 받도록 인공수정을 하기로 했다. 이 연구소 임업시험과 이귀용(李貴鏞)씨는 “정부인송과의 수정은 결혼이 아닌 ‘합궁(合宮)’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