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카페 ‘아침해 가득한 땅’에서는 오붓한 경제학 강의가 벌어졌다. 시골 초등학교 교실을 연상하게 하는 나무의자와 탁자에 앉은 대학생과 회사원들은 이날 초대된 주인공 경기대 정운영(鄭雲暎·경제학과)교수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아침해 가득핀 땅’은 이처럼 매월 각계 각층 지식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여는 ‘살롱형 카페’. 연세대 건축공학과 90학번인 이 카페의 주인 김상일씨(31·사진)는 전직 목수. 한옥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집도 여러 채 지었다. 그러다 이 카페를 연 것.
“그냥 술집이 아니라 차 한잔을 놓고 손님들끼리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는 프랑스식 카페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그의 변.
강단에서 이뤄지는 강의보다는 선후배끼리 세미나를 통해 지식을 쌓고 토론을 벌였던 90년대 초반의 문화를 간직하고 싶은 자칭 ‘운동권 마지막 세대’라는 김씨는 사회에 나온 뒤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아쉬웠다고 했다.
또 대학가인지 유흥가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향락과 소비중심으로 돼있는 대학주변에서 하나쯤은 밝고 따뜻한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
그는 이러한 뜻에 동참하는 지인 60명으로부터 1인당 10만∼300만원을 출자받아 모은 돈으로 40여평짜리 이층 목조 건물을 인수해 80여개의 테이블을 갖추었다. 출자자들은 매월 한번씩 모여 운영방법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회의를 연다.다음 강사로는 시인 김정환씨와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윤소영 교수가 예정돼 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