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대구 서구 비산동의 염색공단 주변. 매캐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 곳에서 하루 7만t가량 배출되는 폐수의 대부분은 인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되지만 일부는 둑을 넘어 금호강으로 곧장 유입되고 있었다.
낙동강 수질은 금호강과 합류하면서 3급수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또 올 들어 가뭄이 계속되면서 낙동강 유수량이 크게 줄어 오염이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문창식 사무처장은 “대구시는 ‘염색폐수의 경우 고도하수 처리로 수질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시커먼 강물이 유입되면 수중식물의 광합성을 가로막고 강물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경북도 김광호 수질관리과장은 “낙동강 상류인 임하댐과 안동댐에서 적어도 초당 100t씩의 물을 방류해야 수질 개선의 여지가 있는데 현재 방류량은 40t에 불과하다”며 “이들 댐에서 방류량을 늘리지 않으면 수질 개선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하루 뒤인 11일 부산. 낙동강 하류쪽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43)는 ‘중·상류’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위쪽의 오염으로 인해 하류지역인 부산에서는 자나깨나 먹는 물 걱정입니다. 수돗물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지난해 말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대답은 0.3%(3명)에 불과했고 ‘수돗물을 끓여먹는다’(42.8%), ‘정수기에 걸러 먹는다’(14.2%)였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수돗물을 먹는 사람은 57.3%였다. 나머지는 생수나 지하수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구자상 사무처장은 “91년 대구 페놀유출 사건으로 증폭된 낙동강물에 대한 불신이 95년 대구시의 위천공단계획 발표 이후 극에 달했다”면서 “부산 시민에게 낙동강 살리기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낙동강 특별법과 공방 2라운드 예상〓‘낙동강 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낙동강 특별법)’이 다음달 임시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낙동강 수계에는 한강 팔당권역의 배가 넘는 7700여곳의 오염물질 배출원(공장과 축사 등)이 있는 데다 갈수기 때는 상수원수의 수질이 3급수로 떨어지는 최악의 수질오염 지역이다. 이 때문에 관련 지방자치단체간에 수질개선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특별법 시행 과정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얻겠다고 벼르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오염총량제에 따른 오염 할당량. 낙동강 수계 전체를 40개 구간으로 나눠 오염물질 배출 허용치를 정하기 때문에 할당량이 많을수록 개발이 쉬워 상·하류 모두 “우리는 현재 수준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부산시는 환경부장관이 상수원 보호구역을 지정하도록 하자고 주장했으나 일단 시·도지사에게 권한이 주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환경부 곽결호 기획관리실장은 “연평균 수질을 취수원보다 좋게 관리한 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성과급’ 조항이 있다”며 “주민들의 자발적 수질개선 노력을 북돋우는 한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역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제약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혀 ‘당근과 채찍’이 병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화약고’ 위천공단〓국무총리실에 계류중인 대구 위천공단 조성 방안은 대구와 부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대구시는 “하수 고도처리장을 완비하고 친환경적인 산업을 유치하면 오염총량 내에서 공단을 운영할 수 있다”며 “지방공단으로라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정서는 ‘위천공단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부산시 오홍석 환경국장은 “수질 개선 효과는 한참 뒤 나타나지만 공단은 즉각 반응이 오는 민감한 문제”라며 “깨끗한 물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천공단 조성이 가시화되면 부산 시민은 특별법의 취지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구〓김준석기자>kjs35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