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동두천주민 '식수전쟁' 현장… "이틀먹을 밥 한꺼번에…"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44분


《“우리는 매년 물난리를 치러야 하나요?” 98, 99년 홍수재해를 당했던 경기 동두천시가 이번에는 가뭄으로 인한 ‘식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취수장 수위가 바닥을 보임에 따라 전면 단수에 들어간 이틀째인 14일 주민들은 물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놓기 위해 애쓰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경 빈 양동이를 들고 아파트 앞에서 급수차량을 기다리던 주부 김양숙씨(37·동두천시 불현동).

“급수차가 언제 올지 몰라 무작정 기다리고 있어요.”

김씨 가족은 물을 아끼기 위해 이틀 전 한꺼번에 밥을 지었다. 하지만 밀린 설거지와 빨래를 하기 위해 식구가 교대로 급수차를 기다리고 있다.

동두천을 가로지르는 신천보다 지대가 낮아 매년 물난리를 겪었던 중앙동 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의정부시에서 온 소방차에서 물을 받아 집으로 나르던 이정선씨(48·여)는 “언제는 홍수가 나 걱정이더니 이제는 가뭄이 들어 식수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동두천시 곳곳에서는 이씨처럼 임시 급수탱크를 찾아 양동이를 들고 다니는 주민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중앙동 등 상가 밀집지역에서는 임시 휴업중인 식당이 속출하고 있으며 문을 연 음식점들도 “오늘까지 물이 나오지 않으면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긴급시 사용하는 소화전도 말라붙어 동두천 소방서 소방차들은 화재에 대비, 30 ,40분 거리에 있는 연천군, 양주군의 저수지에서 소화수를 떠올 정도다.

동두천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시 취수장의 수위가 30㎝를 넘어섬에 따라 취수펌프 2대를 가동해 시내 중심부 일부 가정에만 물공급을 재개했으나 몇시간 뒤 이마저도 다시 중단됐다.

이날 하루동안 동두천시에는 경기도내 각 시군과 군부대가 지원한 급수차량 100여대가 출동해 모두 3000여t의 물을 공급했으나 7만5000여 시민이 하루에 사용하는 4만여t에는 크게 모자랐다.

큰 비가 내리지 않는 한 취수장 가동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 당분간 차량과 임시급수탱크에 의존한 급수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동두천시는 최근 3년간 4월 평균 강수량이 80㎜였으나 올들어 10㎜에 불과했고 취수장이 위치한 연천군 한탄강 유역의 연천댐이 지난해 철거됨에 따라 담수량이 적어져 일시적인 가뭄에도 심각한 급수난을 빚게됐다.

한편 동두천교육청은 초등교 7개, 중고교 각각 5개 등 모두 17개교에 급수차량을 배치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빵과 우유로 대체급식했으나 당분간 임시휴교나 단축수업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두천〓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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