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에서 개인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윤종기씨(27)와 자폐아 등을 위한 특수학교인 광주선광학교 교사 손현주씨(39·여)가 그 주인공. ‘사제 커플’은 오는 20일 영광 실내체육관에서 식을 올린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윤씨가 영광중학교에 입학한 87년.
당시 손교사는 영광중에서 도덕과목을 가르치고 있었고 윤씨는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다.
두 사람은 보이스카우트 동아리에서 지도교사와 학생으로 캠프 등에 동행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윤씨는 그 때부터 선생님에 대한 사랑을 남몰래 키워갔다.
90년 졸업과 함께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된 윤씨는 1년 뒤 고교생으로 한차례 학교를 찾아간 이후 선생님과 소식이 끊겼으나 연모의 정은 더욱 깊어만 갔다.
이들이 다시 만난 것은 윤씨가 경기도 연천 모 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던 97년.
윤씨는 손교사가 경기 광명시의 한 학교에 재직중인 사실을 어렵게 알아내 장문의 ‘연서(戀書)’를 보냈고 손교사가 윤씨를 몇차례 면회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지금까지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는 1000통이 넘는다.
윤씨는 “재학시절 선생님은 자상하고 상냥해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며 “하객들이 많을 것 같아 예식장소를 체육관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대구대 특수대학원에서 청각장애를 전공한 뒤 올해 광주선광학교에 부임한 손교사는 “양가 부모님들이 우리 의견을 존중해줘 결혼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며 “사제간의 특별한 인연인만큼 남보다 더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