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학원건물 5층 옥탑은 92년 블록과 패널로 지은 103㎡ 크기의 창고. 학원측은 이를 교실로 불법 용도변경해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화재가 최초로 발생한 휴게실과 흡연실은 목재와 스티로폼, 철제 등으로 지붕과 칸막이 등을 갖춘 건물이었지만 광주시 건축물 대장에는 등재조차 안돼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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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건물 4층까지 구비된 자동화재 탐지설비와 소화기 등이 옥탑층에는 전무, 초기 진화가 불가능했다. 특히 허술한 지붕은 불이 번지면서 곧바로 주저앉아 학원생들의 탈출을 가로막아 인명피해를 키웠다.
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3월부터 창고를 개조해 두 개의 교실을 만들어 사용해 왔으며 20여명이 공부를 해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광주시 교육청은 지난해 2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건물시설 및 구조변경 검사와 위생검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옥상에 교실이 설치돼있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불법사실을 묵인해주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사고있다.
2년에 한번씩 이뤄지는 소방점검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하남소방서 광주소방파출소는 지난해 9월에 2년마다 실시되는 정기점검을 했지만 ‘적합’판정을 내렸다. 한번만 옥상에 올라가 봤어도 발견할 수 있었던 문제점을 간과한 것.
소방관들의 출동과 초동진화에도 문제가 지적됐다. 하남소방서는 16일 밤 10시 30분 화재신고와 동시에 현장에서 500여m 떨어진 광주소방파출소 직원 6명과 차량 4대를 급파, 초기진화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목격자와 학원생들은 “소방관들의 초기진화 태도에 문제가 많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고가사다리차도 지반이 고르지 않은 상태에서 상승각도가 맞지않아 작동조차 못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밖에 다중이용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옥내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허술한 소방법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있다.
경원전문대 소방안전관리학과 백동현 교수(47)는 “허술한 소방관련법이 15분 화재에 30여명이 죽고 다치는 참사를 불러온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광주(경기)〓남경현·김정안기자>bibulus@donga.com
▼학원 불법 용도변경 수사…사망자 8명으로 늘어▼
16일 밤에 발생한 경기 광주시 예지학원의 화재로 학원생 8명이 숨지고 의식불명의 중상자 2명을 포함한 17명이 8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는 광주장례식장과 분당 차병원에 안치됐으며 광주시청 3층 대회의실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경찰은 예지학원 건물주 최모씨(52)와 학원장 김모씨(61) 등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학원건물 5층 103㎡ 크기의 가건물이 창고에서 교실로 불법 용도변경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 학원은 87년 설립됐으며 91년에 현재 규모인 지상 4층 연면적 806㎡ 크기로 증축됐고 5층 가건물은 92년 설치됐다.
경찰은 화재원인에 대해 “담뱃불이 흡연실과 휴게실 사이에 놓인 소파에 옮아 붙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누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날 오전 사고현장 정밀 감식을 벌였다.
광주시는 박종진(朴鍾振)시장을 본부장으로 한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해 유족대표들과 보상문제를 협의중이다. 그러나 학원건물이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않아 건물주와 학원장, 광주시, 유족들 사이에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화재 당시 일부 학원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뛰어들어가 다수의 친구들을 구해내 감동을 주고있다. 4층에서 자율학습을 하다가 5층 담임인 복모씨(28)의 “불이야” 소리를 들은 박정현(21), 정명현군(20) 등 20여명의 학원생들은 물에 적신 수건과 옷가지로 입을 틀어막고 사고 현장으로 뛰어올라가 복씨와 함께 진화 및 인명구조에 나서 10여명을 구조했다.
◇사망자(8명)〓△최형기(19) △김광민(21) △김경록(19) △이은희(18·여) △인혁진(18)△이경용(22) △최나영(20·여) △장희성(18)
◇중상자(2명)〓△김대식(20) △변재욱(20)
<광주(경기)〓남경현·이호갑·최호원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