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문책]복지부 관계자들 "할말 많지만…"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43분


감사원이 의약분업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간부들이 부작용을 의도적으로 축소 은폐했다는 중간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현재 복지부 관계자들은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의약분업을 시행했던 차흥봉(車興奉)전 복지부장관은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태이며 지난해 의약분업의 주무국장(보건정책국장)이었던 송재성(宋在聖)연금보험국장은 청와대에서 오후에 열린 회의에 참석중이어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의보수가를 담당하는 전병률(全柄律)보험급여과장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고 하면서도 “언론보도가 감사원에서 확정된…내용도 아니고…”라고 말을 흐렸다.

다른 복지부 관계자들도 가능한 한 언급을 피하려 했지만 “의약분업 시행은 이미 당정에서 정해진 원칙이었으므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실무적 준비를 했지만 의도적으로 의약분업의 부작용을 감추고 허위보고를 하면서까지 분업을 강행할 이유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모과장은 “지난해 의약분업으로 재정이 절감된다고 강조한건 장기적으로 분업이 정착단계에 들어서면 약제비 절감으로 초기의 의료비 증가분을 상쇄한다는 뜻인데 마치 초기부터 비용이 줄어든다는 식으로 비춰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감사를 받은 입장이고 감사결과가 확정되거나 공식발표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최선정(崔善政)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당자 문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의료계 파업이 한참이던 지난해 8월 7일 취임했던 최전장관은 “수가가 너무 낮아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으므로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틀 뒤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을 때 수가가 진료원가의 70%수준이므로 9월에 80%, 2001년 1월에 90%, 2002년 2월에 100%로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결론내리고 이런 계획을 밤샘작업을 거쳐 8월 10일 발표했다”고 밝혔다.

당시 수가가 진료원가의 70%수준이라는 분석은 96년부터 수년간 진행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

최전장관은 “의약분업이 우리 토양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하기로 결론내렸고 최선을 다했으니 되는 것 아니냐”며 “역사적으로 처음 해보는 일을 그만하면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전장관은 이어 담당자 징계가 거론되는데 대 ‘미친 ×’이라는 격한 표현을 쓰며 “죽어라고 일한 사람을 문책한다면 어떤 공무원이 일하려 하겠느냐” “열심히 일한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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