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경제부처 과장 A씨는 얼마 전 사정분야에서 일하는 지인(知人)으로부터 “공직사회에 대한 감찰이 있을 예정이니 쓸데없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몸조심하라”는 귀띔을 받은 뒤 야당 쪽에 있는 친구나 학교 선후배와의 접촉을 끊었다. A씨는 “이제 친구들도 함부로 못 만나게 됐다”며 씁쓸해했다.
얼마전 사실과 전혀 다른 첩보가 사정당국에 들어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던 다른 경제부처 중간간부 B씨는 또 오해를 받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 B씨는 야근을 밥먹듯이 할 정도로 몸을 던져가며 일했으나 최근 ‘야당 쪽과 가까운 공무원’이라는 사실무근의 내용이 사정당국에 들어가 낭패를 당할 뻔했다. 그는 “의식적으로 야당 쪽 지인들은 만나지도 않았고 말도 조심해왔는데 그런 일을 당하고 보니 세상이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주요 국책 경제연구소 관계자들도 요즘 부쩍 조심한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신문에 인용될 부분을 꼭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한 뒤 다소 미묘한 부분은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의약분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로 만신창이가 된 보건복지부의 몇몇 공무원들은 “밤새 일하고 얻어터지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새로운 정책을 맡겠느냐”며 공직기강 감찰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소신 있는 행정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정치 논리 때문에 공직 사회가 휘둘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노동부 공무원은 “사전에 발표하고 하는 감찰은 이미 감찰이 아니다”면서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물론 현정부 출범 후 기존의 인사관행상 부당하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은 공무원이 적지 않고 이들이 내심 심정적으로 반여(反與)정서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가면 이들이 야권에 기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97년 대선 때도 일부 경제부처 실무간부들이 친(親)DJ성향 학자들의 모임인 ‘중경회’에 은밀히 참여해 경제분야 선거전략 수립을 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순활·정용관·이훈기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