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점검 논란]흔들리는 공무원 다잡기 비상

  • 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33분


정부의 공직기강 점검은 표면상으론 일상적인 부정·부패 단속과 1∼3급 고위공직자들의 인사에 따른 공직사회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심화되고 있는 공직자들의 줄서기와 눈치보기 등을 예방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져 있다는 것을 여권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석에선 ‘1년 반만 있으면 세상이 바뀔지 모르는데…’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일부 공무원과 준공무원의 이반 현상은 심각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한나라당의 국가혁신위원회에 준 공무원 신분인 국책연구기관의 교수나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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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가 이처럼 술렁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현 여권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공직사회를 더 동요케 하고 있다는 것. 여권 내부에서도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내년 대선에도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직사회의 기강부터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제는 방법론.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1일 “집권 후반기에 공개적으로 공직기강 점검을 실시할 경우 또 다른 정치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암행감찰 위주로 조용하게 기강을 점검해 나가되 문제가 적발되면 승진 누락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공직사회 전체가 자연스럽게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방법을 주로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野 '혁신위' 자문위원 법적성격 논란▼

한나라당 국가혁신위 자문위원 영입대상으로 거명된 국립대학 또는 국책연구소 관계자들에 대한 정부의 감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 자문위원들의 정치적 및 법률적 성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공무원 또는 준공무원격인 이들의 정치활동에 대한 감찰은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한나라당은 “여당 자문은 괜찮고 야당 자문은 안된다는 얘기냐”며 반발하고 있다.

법조인들은 “법률적으로만 따진다면 이 문제는 논쟁거리가 안된다”고 말했다. 국가공무원법 65조는 ‘공무원은 정당 등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고 선거에 있어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위해 법률이 정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문위원이 공무원이거나 준공무원일 경우 여야 구분 없이 국가공무원법상의 ‘정치운동 금지’에 해당하느냐를 따지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정치 속에서는 이 문제를 법률적으로 단순하게 재단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상진(韓相震) 서울대교수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평가가 대표적이다.

야당은 ‘국립대 교수의 여당 자문’이라고 비판하지만,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한교수는 민주당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맥락에서 국가의 녹을 먹는 국립대 교수나 국책연구원 관계자들이 야당을 위해 자문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문가로서의 순수한 자문은 여야를 떠나 ‘정치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순수한 자문의 경우’에는 정부의 감찰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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