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알선 미끼 브로커 기승…서울시의회 의원 개입의혹

  • 입력 2001년 5월 22일 18시 42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상공인들에게 접근해 보증 알선을 미끼로 금품을 챙기는 브로커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보증 알선 과정에서 일부 서울시의회 의원이 보증기관에 잘 도와달라고 협조 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 일부 브로커들과 시의원간의 커넥션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은 22일 신용보증부 대출을 알선하고 커미션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아 챙긴 브로커 최모씨를 서울지검에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앞서 엄기염(嚴基炎) 보증재단 이사장은 지난주 고건(高建) 서울시장에게 보증브로커와 연결된 시의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증재단측에 따르면 D생명 보험설계사인 최씨가 3월경 서울 중랑구 묵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강모씨(36)에게 접근해 “300만원을 주면 3∼7일 안에 보증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며 커미션 명목으로 300만원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또 보증재단측은 이날 이례적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돈을 받은 최씨는 강씨가 보증상담을 하러 가기 전에 ‘서울시의회 L의원이 보내서 왔다고 하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최씨의 부탁을 받은) L의원은 보증재단 등에 전화를 걸어 신용보증 처리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의원은 “최씨는 고향(전남 함평) 중학교 동창의 친조카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며 “(최씨가) 잘 아는 사람이 어렵게 돼서 도와달라고 하기에 두 차례 전화를 했을 뿐이며 최씨가 커미션을 챙긴 사실은 나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보증재단측은 “L의원이 보증심사를 전후해 잘 도와달라고 전화한 사실은 있지만 심사는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보증서 발급 후 이런 사실을 알게 돼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씨를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는 22일 오후 강홍빈(康泓彬)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불러 보증재단 보증사무의 적절성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여 ‘엄포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엄 이사장은 주위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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