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범죄가 점차 내국인들 위주의 범죄에서 국내거주 외국인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국제형’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50여만명으로 그중 20만여명이 불법체류자로 파악되고 있다. 외국인이 크게 증가한 만큼 이들과 연관된 범죄도 97년 654건에서 98년 923건, 99년 1233건, 지난해 1484건으로 매년 30%이상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은 이와 관련, 22일 오후 경찰청 회의실에서 47개 주한 외국공관의 치안주재관 53명을 초청, 국내 치안상황과 월드컵 경비대책을 소개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경찰 당국이 외국 대사관의 치안주재관을 이처럼 대규모로 초청해 회의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
▽국내형치안에서 국제형치안으로〓서울의 경우 더 이상 내국인만의 도시가 아니라 런던 뉴욕 등 유명 국제도시처럼 외국인의 존재를 제외하고서는 제대로 된 치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이들간의 범죄도 늘고 있으며 심지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늘고 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관계자는 “외국인들끼리 폭력조직을 구성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심지어 주변 내국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국내 치안상황을 평가하는데 외국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게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주한 외국공관들과의 협조〓 22일 열린 ‘주한 외국공관 경찰관계자 초청 간담회’는 경찰이 이제 국내 치안을 유지하는데 외국인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행사.
경찰청 이승재(李承裁) 외사관리관(경무관)은 “외국인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해당 국가 공관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이들과의 밀접한 연계를 통해 국내의 안정된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일본대사관의 쓰보타 마사키(坪田眞明)참사관은 “범죄자 검거율이 75%에 이르는 한국 경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월드컵을 같이 치르는 입장에서도 훌리건 전담부대 등의 경비대책은 본받을만하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