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여사는 일제강점기에 신교육을 받은 인텔리 여성이었으나 남편의 납북으로 인생이 바뀌면서 홀몸으로 8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낸 어머니로 유명하다. 강여사는 생전에 ‘아이들 기를 죽이지 말라’는 교육 철학을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울산의 갑부집 1남2녀 중 맏딸로 태어나 경북여고 1회 졸업생인 강여사는 여고졸업 후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여대에 진학했다. 강여사의 오빠는 강정택 전 농림차관. 강여사는 오빠의 중매로 24세 때 이충영 판사와 결혼했다.
그녀는 1953년 보건사회부 산하 여성문제 상담소장직에 촉탁으로 근무, 여성운동사에서는 선구자 격이기도 하다.
6·25전쟁 중 당시 변호사이던 남편이 납북된 후 마흔살 때부터 혼자 약국을 운영하면서 8남매(4남4녀)를 키웠다. 8남매 중 네 아들은 서울대, 네 딸은 이화여대를 졸업시켰다.
강여사는 생전에 “애들이 기죽을까봐 한번도 매를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는 것이 자식들에게 한 유일한 주문이었다.
그녀는 맏아들인 이 전 총리가 서울대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가 제일 감동스러웠다고 한다. 이 전 총리는 ‘나의 젊은 시절’이라는 글에서 “우리 남매가 모친에게서 배운 것은 몸과 뜻을 쉽게 굽히지 않는 참된 자존심이었다”고 적었다.
평소 끔찍한 효자로 알려진 이 전 총리는 모친이 위독해진 21일 오후부터 뜬눈으로 밤을 새며 병상을 지켰다. 이 전 총리는 임종 후에도 시신을 어루만지며 충격과 비통으로 자리를 뜨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경기 안성시 금광리 가족묘지에 아버지 이판사의 유품을 함께 넣어 합장할 계획.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2일 오후 5시경 이 전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강여사의 둘째아들 수인(壽仁)씨는 영남대 교수와 민주당 의원을 지내다 지난해 6월 59세의 나이로 별세했으며 셋째 수윤(壽允·58)씨는 현재 교원대 교수, 넷째 수억(壽檍·56)씨는 아서 앤더슨 대표로 있다. 최정헌(崔正憲·서사모아 총영사) 정재완(鄭在完·수원대 교수) 윤증현(尹曾鉉·아시아개발은행 이사)씨가 그의 사위들. 발인 25일 오전 9시 삼성서울병원. 02-3410-6912
<허문명·민동용기자>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