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프리랜서 김모씨. 그는 요즘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른바 뜨는 별이다. 스스로 열심히 일했고 어느 정도 운도 작용했다. 대인관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는 일이 카리스마를 필요로 했지만 그는 오히려 부드럽고 친절한 이미지로 어필해 성공했다. 타고난 성격이 그랬다. 누구와 경쟁하거나 일부러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도 태생적으로 맞지 않았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동종업계에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면서 그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닥쳤다. 그가 병원을 찾게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이제까지 그를 칭찬하고 격려하던 사람들이 비난하거나 충고하려고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자기가 그 분야에서 약간이라도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러는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제가 뭐든 새로운 일을 벌이면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다 한마디씩 충고를 하는 겁니다.” 그의 말이다.
“그런데 그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가 아는 단편적인 사실만 가지고 전체를 판단한다는 겁니다. 이건 이래라, 저건 저래라 하는 것까지는 그래도 참겠습니다. 제 판단에 의지해서 알아서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너 요즘 잘나간다고 너무 나서는 거 아니냐 운운하는 소릴 듣고 있자면 정말 세상 살기 싫어집니다.”
이제부터는 자기도 당하지만 말고 상대방에 대해 비난도 하고 충고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하지만 체질적으로 그런 타입이 못되니 더 우울하고 좌절감만 커져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비난이나 충고를 듣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못 견딜 노릇이다. 설령 정직한 것일지라도. 하물며 비난에 가까운 충고는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평가하고 충고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이중적인 속성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남에게 충고하지 않는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지도 모른다.
입으로는 대인관계를 잘하고 싶다고 하면서 사실은 상대방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남을 평가하고 충고하고 싶은 욕구에 쉽게 굴복한다. 남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가장 ‘싸구려방법’임을 모르는 탓이다. 그들에게 일일이 대응하다가는, 앞의 예에서 봤듯이 우울해서 못산다. 차라리, 반면교사로 여기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나 자신은 누군가를 충고한다고 나서진 않게 될 테니까.
(신경정신과 전문의)
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