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경기도-서울대 등 파주 민통선지역 습지 조사

  • 입력 2001년 5월 22일 18시 49분


“30년 동안 설움 받고 농사짓다가 쫓겨나 다시 시작하는데 이것도 그만두라고?”

생태계 파괴 논란이 일고 있는 경기 파주시 군내면 점원리 민통선 지역에 대한 공동실태조사가 벌어진 21일 오후.

농민들은 생태환경의 보고(寶庫)인 이 지역을 보전해야 한다는 환경단체 간부들과 교수 등을 비난하며 출입을 막았다.

습지였던 이곳은 인근의 미군 스토리 사격장 안에서 출입영농을 하던 임대농 19가구가 군 당국의 동의를 얻어 4만여평의 습지를 논으로 만드는 개답(開畓) 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다.

공동실태조사에는 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실 김귀곤 교수와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 군·환경부·경기도 관계 공무원, 농민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4만여평의 점원리 일대는 제3땅굴과 직선으로 7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경의선 복원 공사 현장과도 100여m 거리에 있다.

계단식 논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이 일대 땅은 예전에 습지였음을 보여주듯 심한 가뭄에도 물기를 머금고 있다. 개답이 이뤄지지 않은 주변에는 물가에서 자라는 버드나무와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다.

김 교수는 일대를 둘러본 뒤 “버드나무와 단풍종류인 신나무, 아카시아 순으로 식생이 분포한 것으로 미뤄 계곡물이 넘쳐 생성된 습지가 틀림없다”며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임이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미 개답작업이 거의 끝난 상태라 복원이 어렵다고 판단한 김 교수는 동물의 이동통로가 되도록 수로를 만드는 조건을 제시했다.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김 교수의 말에 경직됐던 표정을 풀고 “농사만 지을 수 있으면 그깟 수로를 못 만들겠느냐”며 금세 환한 웃음을 지었다.

환경부와 경기도 관계자들도 갈수록 개발열기가 높아지는 접경지역 내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생태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점원리 인근 250만평 규모의 미군 스토리 사격장은 주민들 모르게 73년 미군에 공여돼 사격장으로 운영돼 왔으며 지난해부터 군 당국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농민들의 출입을 금지하기로 하고 농지 매수, 대토 마련, 실농보상비 지급 등 보상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파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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