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에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송경태(宋京泰·40)씨.
그는 20일 오후 3시 56시간의 사투 끝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로키산맥 줄기인 스쿼미시 거벽 중 ‘마의 암벽’으로 불리는 치프봉(해발 3000m·수직 높이 700m) 정상에 우뚝 섰다.
전문산악인 문종국씨(33)가 선두에서 개척한 루트를 따라가는 등정이기는 했지만 시각 장애인이 외줄 로프에 매달린 채 이틀 밤을 새면서 일부 구간은 150도 경사를 손으로 더듬어 올라야 했다.
16일 첫 등정에 나선 송씨는 하루만에 240여m를 올랐지만 폭우를 만나 다시 내려와야 했고 동료의 부상 등 악조건이 겹치는 가운데 외줄의 자일 위와 아래에서 무전으로 방향을 안내하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24일 귀국한 송씨는 “암벽 허공에 매달린 그물 텐트에 움츠린 채로 추위와 공포에 떨며 이틀 밤을 새울 때 앞이 보이지 않아도 땅을 딛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82년 군복무 중 사고로 실명한 그는 좌절하지 않고 학업과 사회봉사 활동을 계속해 지난해 7월 전주에서 점자와 음성 도서 5000여권을 갖춘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개관했고 올 2월에는 한일장신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99년 7월부터 2개월간 월드컵 홍보를 위해 미국 대륙 2002㎞를 걸어서 횡단하기도 했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