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캐나다 스쿼미시 등정 시각장애인 송경태씨

  • 입력 2001년 5월 24일 18시 39분


시각장애인이 세계적인 난코스 거벽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스쿼미시 암벽 등반에 성공했다.

전북 전주시에서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송경태(宋京泰·40)씨.

그는 20일 오후 3시 56시간의 사투 끝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로키산맥 줄기인 스쿼미시 거벽 중 ‘마의 암벽’으로 불리는 치프봉(해발 3000m·수직 높이 700m) 정상에 우뚝 섰다.

전문산악인 문종국씨(33)가 선두에서 개척한 루트를 따라가는 등정이기는 했지만 시각 장애인이 외줄 로프에 매달린 채 이틀 밤을 새면서 일부 구간은 150도 경사를 손으로 더듬어 올라야 했다.

16일 첫 등정에 나선 송씨는 하루만에 240여m를 올랐지만 폭우를 만나 다시 내려와야 했고 동료의 부상 등 악조건이 겹치는 가운데 외줄의 자일 위와 아래에서 무전으로 방향을 안내하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24일 귀국한 송씨는 “암벽 허공에 매달린 그물 텐트에 움츠린 채로 추위와 공포에 떨며 이틀 밤을 새울 때 앞이 보이지 않아도 땅을 딛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82년 군복무 중 사고로 실명한 그는 좌절하지 않고 학업과 사회봉사 활동을 계속해 지난해 7월 전주에서 점자와 음성 도서 5000여권을 갖춘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개관했고 올 2월에는 한일장신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99년 7월부터 2개월간 월드컵 홍보를 위해 미국 대륙 2002㎞를 걸어서 횡단하기도 했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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