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음료업체 회장의 막내딸인 주부 A씨(35)는 99년 8월 대학친구였던 B씨(32)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 전화번호를 교환한 뒤 계속 만나게 됐다. 이를 알게 된 B씨의 아내와 장모 C씨(61)는 A씨와 그 친정어머니에게 “간통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아무 관계도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사위 B씨가 ‘부정한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수차례의 협박전화를 받고 결국 A씨와 어머니는 그 해 11월 C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9000만원을 건넸다.
그 후 A씨 등은 C씨를 검찰에 고소했고 C씨는 지난해 7월 공갈혐의로 구속됐다가 문제의 9000만원을 공탁하는 조건으로 풀려나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재판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尹南根) 판사는 25일 “B씨의 부인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머니가 대신 A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간통혐의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한 것만으로 공갈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그 행위나 액수가 사회상규에 어긋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무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간통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만큼 B씨의 부인은 남편의 부정한 성관계를 고소할 수 있는 적법한 권리가 있고, 이 사실이 인정될 경우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