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내 카지노 설치의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채 용두사미처럼 잊혀져 가고 있는 가운데 카지노 추가 신설을 둘러싼 ‘괴담(怪談)’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노른자위인 강남이라는 지리적 이점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진 카지노의 사업 특성이 맞물리면서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카지노 괴담’은 특히 1년 앞으로 다가온 2002년 월드컵 등 국제적인 대형 이벤트와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그럴듯한 ‘입소문’과 함께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2억 내면 고수익 보장"▼
▽‘카지노 기기 분양에 투자하라’〓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는 “조만간 R호텔에 주한미군이 운영하는 카지노가 생길 예정”이라는 ‘그럴 듯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때마침 이 호텔의 내부 시설 공사가 한창이었고 99년 5월 호텔 지하 1층 150평에 유기장업을 위한 시설 변경 허가가 떨어지면서 최근 성인오락기 150여대가 반입돼 ‘뭔가 있다’는 소문이 날개돋친 듯 퍼져나갔다.
동시에 카지노에서 사용될 도박 기기를 극비리에 일반인들에게 분양한다는 전문 브로커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박 기기를 대당 2억원 정도에 분양 받으면 사업 개시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분양브로커의 설명이었다.
강남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K씨(34)는 “최근 한 업자로부터 ‘주한미군이 운영하는 카지노에 들어가는 슬롯머신기 150대를 대당 2억원에 극비리에 분양 중인데 고수익을 보장할 테니 분양 받을 생각이 없느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제안은 점조직을 통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퍼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헛소문…조사"▼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H씨(40)도 “이들은 카지노 사업 신규허가서와 분양 등기부등본 등을 갖고 다니며 도박 기기 분양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용이 그럴 듯 해 ‘솔깃한’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진상을 확인해 보니…〓R호텔 관계자는 “호텔 지하에 카지노가 들어온다는 설은 소문일 뿐 카지노 영업허가를 받은 바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본보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 호텔의 지하 1층 내 유기장 시설에는 현금을 넣는 슬롯머신과 유사한 성인오락기만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운영주체가 주한 미군일 것이라는 소문은 주한 미군측이 이 호텔측과 내방객들을 위한 객실 60개 정도를 장기 임대하는 계약을 한 것이 와전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그러나 호텔측이 유기장을 허가를 받은 지 2년 넘게 개장하고 있지 않은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
문화관광부와 서울시측은 “이 호텔에 카지노 허가를 내줄 계획이 없다”며 “최근 이와 관련한 분양사기 소문을 전해 듣고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추가지정 물밑경쟁 후끈▼
▽강남에 추가 지정은 없나〓현재 전국적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모두 13곳. 이 가운데 제주가 8곳으로 가장 많으며 서울은 ㈜파라다이스가 운영권을 쥔 워커힐이 유일하다.
제주는 업소간 출혈경쟁으로 카지노의 ‘시장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비즈니스를 위해 외국인들이 몰리는 서울의 강남권은 ‘무주공산(無主空山)’인 상태여서 추가 지정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정부도 굳이 시점은 못박지 않았지만 추가 지정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추가 지정을 받기 위한 물밑 전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카지노의 사업 성격을 고려할 때 사업추진세력과 정치권과의 ‘줄대기’는 업계의 ‘공인된 비밀’이라는 것이다.
R호텔측도 “강남에서 카지노 사업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윗선에서 여러 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특급 S호텔의 카지노 허가 소문이 퍼지면서 이 호텔의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한 서울의 카지노 시장 ‘파이’를 독식하려는 ㈜파라다이스의 반격 또한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강남 카지노’ 유치전쟁의 열기는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정연욱·박윤철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