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사장〓지난번 첫 번째 독자위 대담을 한 면으로 게재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번 2차 회의에서도 그동안 꼼꼼하게 챙겨본 동아일보에 대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김한아위원〓5월 21일자 메트로면의 실버타운 기사는 노인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반가웠습니다. 아쉬운 점은 노블카운티 등 웬만한 아파트 수준 이상의 시설만 소개했다는 것입니다. 노후문제의 원인이 경제력 약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력이 낮은 사람에게 좌절감만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중고교 교육정보는 영어교육이나 해외유학 등을 주로 다뤄 위화감을 느끼게 합니다. 서울 강남지역 입시열풍만 조명하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고요. 대신 5월 8일자 ‘다양성은 경쟁력이다’라는 기사는 실업계 특성화교육, 대안교육 등 다양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집중 조명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뭄과 홍수는 반복되는 문제인 만큼 심층취재를 통해 장기적인 종합대책을 세우도록 촉구했으면 합니다.
▽최준혁위원〓5월 4, 5일자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기사는 허술한 수돗물 관리를 지적한 것은 좋았으나 검증 방법의 신뢰성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함께 다뤘으면 좋았겠습니다.
‘아트면’은 어렵다고 생각되는 문화 예술을 재미있고 쉽게 설명해줘야 하는데 연예인의 신변잡기, 영화소개 등으로 채워져 스포츠신문 연예면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건강면의 ‘안동철 대리의 도전 뱃살빼기’는 많은 직장인이 공감하는 비만문제를 다룬 돋보이는 기획입니다. 5월 24일자 사회면의 ‘농촌 젊은층 히로뽕 확산’이란 기사는 경남 진주지역의 통계자료만 갖고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대해서 ‘부분을 전체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진아위원〓수도권 개발, 환경보전, 생명윤리기본법 문제 등 복잡하고 첨예한 논란은 신중하고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너무 단순하게 한 방향으로 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슈추적에서 교수사회 문제를 다룬 것만 해도 대통령이 한마디했다고 한 방향으로 몰아 쓰는 것은 문제였습니다.
‘일본 교과서 왜곡’ ‘NMD가 MD가 되는 과정’ 등 정치관련 기사에서는 타지를 압도했습니다만 생활, 여성 등의 분야가 약했다고 생각됩니다.
국제면과 과학면도 돋보입니다. 그러나 국제면의 경우 정치에 치중해 있고 시민생활, 문화관련 기사가 적습니다. 과학면에서는 생태학이나 신과학 같은 새로운 흐름에 관해서도 소개해줬으면 합니다. 건강면은 기술주의적인 의학뿐만 아니라 대안의학, 생활의학, 전통의학, 자연치유 등도 독자들의 주요 관심 분야입니다. 유아교육과 관련해서는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을 소개해 주십시오.
▽김대식위원〓신문이 갖추어야 할 것은 양식과 전문성입니다. 균형 잡힌 통찰, 균형 잡힌 다양성을 제공해야지요. ‘인간배아 복제문제’는 심각하고 비중 있게 다뤘지만 내용이 다른 신문들과 거의 같았어요. 어떻게 하면 다양한 견해를 포용해 건전한 판단을 하는지가 문제입니다. 기자들은 전문가들을 찾아가서 기사 방향을 결정하는데 ‘돌팔이’ 전문가를 찾아가면 왜곡보도를 하게 됩니다.
미국은 70년대에 DNA재조합 연구를 규제함으로써 유럽 국가에 비해 굉장히 후퇴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배아에 대한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연구목적과 연구과정 등을 보고하도록 하지요.
최근 삼성전자의 3월말 경영실적이 호전됐다는 보도는 부정확했습니다. 실적은 전년도 같은 기간과 대비해야 하는데 이 기사는 전월 대비로 했어요. 그리고 달러 베이스로 계산해서 호전됐다는 것인데, 환율을 계산하면 오히려 떨어진 것이지요.
▽박영신위원〓5월 3일자 ‘요즘 고3 교실에선’ 기사는 강남과 강북의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을 비교했는데 독자에게 편견을 갖게 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선생님 입실해도 소란’이라고 했는데 이런 일은 1, 2학년 교실에서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편집자주’는 필요할 때도 있고, 불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5월 22일자 문화면에 실린 김용옥씨의 ‘국민에게 드리는 글’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사회면에 실린 김씨의 방송 중단 기사를 보고 나서야 이해했지요. 1면부터 읽는 독자는 순서상 문화면을 먼저 보고 사회면을 보게 됩니다. 이런 경우 ‘편집자주’가 필요합니다.
5월 3일자 ‘기업윤리가 경쟁력이다’ 시리즈로 ‘벌채가 곧 숲 파괴는 아니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너무 반가웠습니다. 학습자료로 이용하기 위해 이런 자료를 찾으려고 노력하던 차였거든요.
▽조형오위원〓동아일보의 사설이나 오피니언면은 정치 경제에 비해 사회적 쟁점에는 비중을 두지 않는 듯합니다. 사회적 이슈를 주도적으로 발굴하고 여론화하는 역할도 중요하지요.
지난 한 달간 교권 붕괴라든지 환경관련 기사, 미성년자 낙태 문제, 안전띠 착용 문제 등을 다루었지만 일관성이나 깊이가 부족했습니다. 마약 복용이나 청소년 흡연도 심각한데 기사는 피상적입니다. 사회적 이슈를 일관성 없이 제시하고 있는데 좀더 심층적으로 기사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이슈가 캠페인적 차원으로 발전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한정신위원〓일본 교과서 재수정 문제를 다룬 기사는 유익했어요. 신복룡 교수의 한국사 새로 보기도 흥미롭습니다. 책의 향기에서 과학도서 읽기는 편집이 좋습니다. B1면의 일반적인 내용에서부터 B7면으로 가면 깊이 들어가기로 이어져 높이 살 만합니다. 과학을 모르는 사람도 읽기 쉬워요. 교통문화 기획기사는 편집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신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뭐라고 하면 대든다고 하는데 교권은 살려야 합니다.
▽김용훈위원〓신문은 심층취재와 해석의 기능을 독보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런 뉴미디어와 신문을 어떻게 결합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많은 정보를 전달하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달 동안 IT섹션을 주로 본 결과 대상 독자층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IT섹션이 주로 이용자 중심의 기사이다 보니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시각이 결여됐습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는 기사가 아까운 지면에 나타나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사회면에서는 5월 2일자 노동절 집회가 큰 충돌 없이 8개시에서 열렸다고 나왔습니다. 노동자와 경찰이 비디오 촬영 경쟁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와 사진도 있었습니다. 노동절 행사를 비디오 촬영 등 가십거리로 다룬 반면 그날의 주요 사안을 비중 있게 다루지 못했습니다.
▽윤혜신위원〓여성이나 생활 부문은 일관성이 결여됐고 약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메트로면은 수도권 중산층만 겨냥해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에게 맞춤 레포츠를 시킬 만큼 능력 있는 독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박노항 원사 병역비리가 한동안 지면에 많이 나왔는데 취재의 어려움은 알지만 치열한 의식을 더욱 발휘해야 합니다. 간디학교가 경영이 어려워 힘들다는 기사를 보면서 대안교육에 좀 소홀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 기사는 교육부의 입장이나 사실에만 치중해 해석에는 약한 것 같아요. ‘교육이 희망이다’ 시리즈 중 프랑스 사례는 아주 좋았습니다.
문화면이 취약하지만 고은 시인의 미당 비판 공방전은 좋았습니다. 토요쟁점에서 소극적 안락사 허용 문제를 다룬 것도 흥미 있게 읽었습니다.
▽정주식위원〓우리 연령층은 정치면과 경제면을 주로 보고 시간이 남으면 다른 면을 봅니다. 한 달 동안 동아일보를 보면서 안동수 전 법무부장관 관련 사건에 대한 신속 과감한 보도를 보고 ‘역시 동아일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사 정책의 중요성과 검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문제 제기가 좋았어요. 다만 대통령 인사 보좌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는 민주당이나 자민련 내부에서 할 이야기지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은 아닙니다.
▽최규철 국장〓취업문제에 대해서는 신설한 면을 통해 집중적으로 다루겠습니다. 부분적인 것을 일반화하는 기사가 있다고 하셨는데 기자들이 현장에 매몰돼 전체를 보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공장총량제 기사는 정책의 융통성을 촉구한 기사였습니다. 여성 기사에 대해서는 우리도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여성의 사회활동, 사회참여 문제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정리〓전승훈·정위용기자>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