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R&R조사]공무원 "가장 큰 업무장애는 정치권"

  • 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20분


정부 중앙부처의 30대 엘리트 공무원들은 국가 업무를 수행한다는 긍지와 사명감으로 공직을 택했지만 과반수가 보수와 근무여건에 대한 불만 등으로 전직(轉職)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사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에 의뢰해 22∼25일 행정고시 출신의 30대 사무관과 서기관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1.4%가 ‘직장을 옮길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을 옮길 생각이 있다면) 어떤 분야로 옮길 것인가’에 대해 46.3%가 ‘학교나 연구소’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 ‘외국계 기업’ ‘자기 사업’ ‘법조계’ 등이었다.

앞으로 정부조직의 중추로서 국가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젊은 엘리트들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역할과 사명이 매력적이어서’(61.0%) 택했고 실제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보람’(42.9%)과 ‘중요정책수립 및 집행과정 참여’(34.3%)에서 만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옳다고 생각한 일이 진행되지 못하거나 효율적으로 수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심한 좌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업무진행의 가장 큰 장애요인’(복수응답)으로 ‘정치권의 정치적 목적’(48.6%)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이해당사자들의 반발’ ‘부처간 이기주의’ ‘의사결정의 지연’ 등이 지적됐다.

또 보수 수준과 근무조건이 불만이라는 응답은 각각 82.9%, 80.0%인 반면 ‘만족’은 각각 4.8%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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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인지 3명 중 1명은 ‘기회가 되면 이민가겠다’(33.3%)고 했고 3명중 2명은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다른 직업을 택한다’(65.7%)고 답했다. 자기계발을 위해 하고 있는 일로 어학공부(61.9%), 유학준비와 대학원학업계속을 주로 꼽았다.

이들은 사법고시 출신에 비해 보수, 근무조건, 사회적 지위, 장래성, 업무강도에서 열악하고 성취감에서는 유리하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응답자의 62.9%는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답해 최근 정치 경제 전반에 대해 비관적이었으며 정치권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풀이됐다. ‘아주 잘되고 있다’는 0%였다.

한국행정연구원 서원석(徐源錫) 박사는 “공무원 개혁과정에서 신분보장이라는 ‘철밥통 신화’가 무너졌고 관(官)보다 민간 부문이 사회를 리드하는 시대가 되면서 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며 “국비유학 확대 등 젊은 공무원의 사기를 높이는 조치가 없으면 ‘탈공직’이 계속돼 국가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석기자·나선미동아미디어연구소전문위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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