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사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에 의뢰해 22∼25일 행정고시 출신의 30대 사무관과 서기관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1.4%가 ‘직장을 옮길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을 옮길 생각이 있다면) 어떤 분야로 옮길 것인가’에 대해 46.3%가 ‘학교나 연구소’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 ‘외국계 기업’ ‘자기 사업’ ‘법조계’ 등이었다.
앞으로 정부조직의 중추로서 국가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젊은 엘리트들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역할과 사명이 매력적이어서’(61.0%) 택했고 실제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보람’(42.9%)과 ‘중요정책수립 및 집행과정 참여’(34.3%)에서 만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옳다고 생각한 일이 진행되지 못하거나 효율적으로 수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심한 좌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업무진행의 가장 큰 장애요인’(복수응답)으로 ‘정치권의 정치적 목적’(48.6%)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이해당사자들의 반발’ ‘부처간 이기주의’ ‘의사결정의 지연’ 등이 지적됐다.
또 보수 수준과 근무조건이 불만이라는 응답은 각각 82.9%, 80.0%인 반면 ‘만족’은 각각 4.8%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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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인지 3명 중 1명은 ‘기회가 되면 이민가겠다’(33.3%)고 했고 3명중 2명은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다른 직업을 택한다’(65.7%)고 답했다. 자기계발을 위해 하고 있는 일로 어학공부(61.9%), 유학준비와 대학원학업계속을 주로 꼽았다.
이들은 사법고시 출신에 비해 보수, 근무조건, 사회적 지위, 장래성, 업무강도에서 열악하고 성취감에서는 유리하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응답자의 62.9%는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답해 최근 정치 경제 전반에 대해 비관적이었으며 정치권에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풀이됐다. ‘아주 잘되고 있다’는 0%였다.
한국행정연구원 서원석(徐源錫) 박사는 “공무원 개혁과정에서 신분보장이라는 ‘철밥통 신화’가 무너졌고 관(官)보다 민간 부문이 사회를 리드하는 시대가 되면서 공무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며 “국비유학 확대 등 젊은 공무원의 사기를 높이는 조치가 없으면 ‘탈공직’이 계속돼 국가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석기자·나선미동아미디어연구소전문위원>kjs35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