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꿈’을 키워야 할 어린 시절, 한 때의 잘못으로 영영 파멸했을지도 모를 전 현 소년원생 7명이 벤처기업 ㈜바인텍을 출범시키면서 ‘사장님’ ‘전무님’이 되는 자리였다. 축하와 격려를 위해 가족들과 법무부 관계자, 후원자 등 100여명이 몰려들면서 행사장은 이내 잔칫집으로 변했다.
이날 잔치의 주인공인 사장 정백상군(17) 등 7명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각종 범죄에 연루돼 중고교에서 퇴학당한 ‘비행청소년’들.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컴맹이었지만 소년원에서는 마음껏 컴퓨터 공부를 할 수 있어 밤을 꼬박 새는 날이 있을 정도로 모두 컴퓨터에 몰입해 들어갔습니다.”(허성모·17·바인텍 대리)
‘컴도사’가 된 정군 등은 지난해 8월 벤처 동아리 ‘컴드림’을 만들면서 지금의 팀을 구성했다.
그후 멤버들은 각종 인터넷 홈페이지와 애니메이션 공모전 등 전국 규모의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잇따라 최고상을 수상하고 정보통신관련 고급기능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들의 활약에 고무된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창업지원을 결정했다.
법무부 유관기관인 ‘소년보호장학복지회’와 ‘한국소년보호협회’는 자본금 5000만원을 쾌척했고 독지가 10여명은 금강벤처타운 5층의 44평짜리 사무실과 컴퓨터 7대, 사무실 기기 일체를 기증했다.
바인텍은 홈페이지 제작 등 우선 ‘돈이 되는’ 간단한 사업에서부터 고부가가치 사업쪽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신입사원’들을 계속 영입할 계획.
정사장은 창업식에서 “새 사람을 만들어주신 어른들께 감사한다”고 거듭 인사했다. 마지막 순서로 브라스밴드의 ‘사랑으로’가 연주되자 가족들과 대부(代父)역할을 해온 법무부 박종렬보호국장(신임 대검공안부장) 등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허대리의 할아버지인 허필홍옹(77)은 “손자가 새 사람이 됐으니 돈은 못 벌어도 상관이 없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안양〓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