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집앞에 34만V 고압선이라니…"건설사에 계약해지 요구

  • 입력 2001년 5월 31일 18시 30분


입주예정자가 아파트 단지와 맞닿은 변전소 및 고압송전탑 앞에서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입주예정자가 아파트 단지와 맞닿은 변전소 및 고압송전탑
앞에서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고압선이 내 집앞을 지나가는데 참으라니요!”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 신도아파트를 분양받은 윤수헌씨(37). 지긋지긋한 전세살이를 끝내고 올 연말 결혼 8년 만에 내집을 마련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 뿐. 단지를 에워싼 34만5000v의 고압선과 변전소 때문에 요즘은 시행 시공을 맡은 ㈜신도종합건설을 상대로 계약해지를 요구하느라 골치를 썩이고 있다.

불안해서 도저히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윤씨를 포함한 신도아파트 613가구 입주예정자들은 최근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신도건설을 상대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그들이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근거는 단지와 맞닿은 변전소, 고압선을 연결해주는 대형 송전철탑 등 위험시설이 분양당시 조감도 등에 전혀 표시되지 않았다는 것. 홍보전단에는 ‘단지 배후에 공원 인접’, ‘단지내 테마공원’ 등 듣기 좋은 문구만 나열돼 있었다.

대책위원회는 이 밖에 사업 허가규모도 6개동 613가구 2만977㎡로 홍보문안처럼 1446가구가 아닌 것을 확인, “건설회사가 소비자를 속여 분양했다”며 계약해지를 위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고재화씨(52)는 “공사 전에는 산에 가려 변전소가 보이지 않았는데 공사가 시작돼 산이 깎여나가자 변전소가 한 눈에 들어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변전소와 고압선에서 ‘웅웅’거리는 소음이 온종일 계속되는 데다 궂은 날엔 전선에서 스파크가 일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해로운 전자파는 또 얼마나 많이 나오겠느냐”고 걱정했다.

현재 이 아파트 단지를 스쳐가는 높이 30m의 고압철탑 2개와 단지 사이의 거리는 약 16m. 한국전력공사는 이 철탑을 지나는 34만5000v의 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30mG(메가 가우스)로 자체 기준치인 833mG에 크게 못미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신도건설 관계자는 “분양당시 주민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송전소나 고압송전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주변 단지보다 1000만∼2000만원 가량 분양가를 낮게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능한 범위내에서 대책을 세우고 도의적 책임을 질 용의는 있지만 법적 책임이나 주민들의 과도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