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대책 전문가 진단]"보건의료 질 떨어뜨릴것"

  • 입력 2001년 5월 31일 18시 57분


31일 발표된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정착 종합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가 생각할 수 있는 대책은 거의 짚은 것 같으나 각론에서는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정우진 교수(연세대 보건대학원)〓이번 타개책의 핵심은 외래환자의 본인부담금 인상,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 제정, 모든 주사제 분업 제외, 고가약제 보험자부담 상한설정제, 환자 수에 따른 진찰료 조제료 차등수가제 실시 등으로 집약된다.

올해 보험료를 올릴 수 없다는 점을 전제할 때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망라한 것 같다. 그러나 앞의 세가지 정책은 수긍할 수 있으나 나머지 두가지 정책은 비용효과 측면에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비싼 약을 사용할 경우 일정액 이상은 본인이 부담토록 해 비싼 약 사용을 줄인다는 ‘고가약제 보험자부담 상한설정제’를 실시하려면 보험약가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현행 보험약가의 실거래가 상환제 하에서는 싼 약을 구매할 동기가 없어 약이 고가로 매매되고 여전히 음성적인 약가마진이 존재할 수 있다.

환자 수에 따른 진찰료 조제료 차등수가제는 보건의료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생산성이 높은 의사의 수입 일부를 생산성이 낮은 측에 재분배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보건의료의 질이 전체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또 환자의 선택권이 크게 제약된다.

그러면서 보험재정 절감 효과는 보장되지 않는다. 의사당 환자수가 정부가 책정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분포하게 되면 비용 절감 효과가 있겠지만 의사당 환자수가 일정 수준 이하가 된다면 절감 효과는 거의 없게 된다.

▽권순원 교수(덕성여대 경제학과)〓대체적으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보험에 대한 정부지원을 50%로 인상한다고 하는데 그 근거를 알 수 없다. 왜 ‘획일적으로’ 지역보험 가입자를 지원해야 하는가. 정부지원금은 지불불능 사태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부지원금의 일부는 저소득층의 보험료 감면과 본인부담금 경감을 위한 대책에 사용하고 다른 일부는 공공의료부문의 확충(예방의료 및 1차의료의 확대 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후생복지부문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50%를 넘는 본인부담금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소액진료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인상한다니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독일식 과중부담조항(만성질환자의 경우 연소득의 1%를 초과하는 의료비를 보상해 주는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고소득자를 주고객으로 하는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세제상 지원은 납득할 수 없으며 환자 수에 따른 진찰료와 조제료의 차등적용은 생각은 좋으나 효과보다 행정비용이 더 많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 당기수지 균형을 이루고 2006년 재정적자를 해소하겠다고 했는데 지나치게 의욕적인 목표 제시가 아닐까.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고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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