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學교수님이라 미인심사 하시나요"

  • 입력 2001년 6월 1일 19시 14분


“선생님의 모습을 미스코리아 심사석에서 보고 당혹스럽고 허탈했습니다.”

서울대 미학과 학생들이 지난달 27일 열린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이 학과 K교수를 공개 비판하는 대자보를 게재했다.

실명으로 이 교수를 비판한 96학번 유모씨는 “미학에 대해 많은 사람이 생소해 하며 전공과목에서 뭘 배우냐고 물어오곤 한다”며 “미학과 교수님이 수영복 입은 여성을 평가하는 곳에 가시면 그런 대회가 자칫 미학과 관련 있는 것처럼 일반인들이 해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학과 96학번 학생 5명이 1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붙인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이었던 K선생님께 드리는 글’라는 대자보에서는 ‘미학 선생님이 그런 자리에 참석한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며 현 한국미학협회장이기도 한 K교수를 질타했다.

인문대 96학번 김모씨는 “안티미스코리아대회가 생길 만큼 여러 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미인대회에 보다 깊은 미와 조화로움에 대해 탐구하는 미학 교수님이 참석하신 것에 허탈함을 느끼고 이런 우리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대자보를 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자보는 “교수님이 미학과 교수 직함으로 미인대회에 참석하셔서 미인대회와 미학이 학문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엉뚱한 오해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교수님은 이 같은 우리의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으로 끝을 맺었다.

한편 사회대 김모 교수는 "학생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지성미와 내면의 미를 판단하는 통찰력이나 미에 대한 보다 다른 시각을 제시하자는 목적으로 김교수가 그 자리에 참석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화두에 오른 미스코리아 대회는 성차별, 사회적 건전성 등에 대한 논란으로 내년부터는 TV로 방영하지 않는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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