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타는 국토-4]'숨겨진 물' 지하수를 찾아라

  • 입력 2001년 6월 6일 18시 51분


대구시내를 가로지르는 금호강 지류인 신천에는 사상 최악의 가뭄에도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흐르고 있다. 만성적인 물 부족에 허덕이는 낙동강 수계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대구시가 하수처리수를 하천유지용수로 재활용하고 있기 때문. 대구시는 97년부터 신천하수처리장을 가동해 하루 10만t의 하수처리수를 배관을 통해 신천 상류지점으로 보낸 뒤 하류쪽으로 흐르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숨겨진’ 수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근본적인 물부족 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하수에 주목하라〓우리나라는 하천의 길이가 대체로 짧고 유역면적도 좁아 물이 지표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데다 여름철에 연간 강수량의 60∼70%가 집중돼 빠르게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따라서 ‘천연의 물탱크’인 지하수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98년 말 현재 지하수 총 이용량은 37억t으로 전체 물 이용량(331억t)의 11%. 한국자원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매년 새로 채워지는 지하수는 228억t이고 그 중 133억t은 지반 강하 등의 피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6억t의 여유 수자원이 땅속에 있는 셈이다.

▼글 싣는 순서▼

1. 물물물…목타는 국토
2. 요르단강을 잡아라
3. '아랍형' 남의 일 아니다
4. 물부족, 과학으로 해결?
5. 물은 생명이다

또 오염된 하천수는 땅을 통과하면 어느 정도 자연정화가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정부는 낙동강유역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둔치에서 자연 정화된 ‘강변여과수’를 취수해 2004년부터 경남 창원 등지에 하루 8만t씩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하수는 무분별한 굴착으로 오염되고 있으며 지하수층에 대한 조사 없이 도시 및 농지계획이 이루어져 정작 관정을 뚫기에 적합한 지점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 서울의 지하철역사 인근에서 솟아 나오는 연간 6680만t 가량의 지하수 중 88.5%가 그대로 하수도로 흘러나가는 등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원연구소 조민조 지하수사업단장은 “현행법에는 지하수가 사유재산으로 간주되고 있고 관련 업무도 건설교통부와 농림부 등에 흩어져 있어 공공자원으로 책임 있게 개발할 수가 없다”며 “지하수 관측망 확충과 ‘지하수 난개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쓰고 또 쓰고〓대표적 물 재활용 방법은 중수도 설치와 하수처리수 재이용이다.

중수도는 대형 건물에서 쓴 수돗물을 자체 정화해 화장실이나 정원용수로 다시 사용하는 시설. 9월 말부터 연면적 6만㎡ 이상의 대형 호텔과 백화점, 하루 1500t 이상의 폐수를 배출하는 공장은 중수도를 설치해야 한다.

89년 중수도를 설치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는 하루 1850t의 오수를 재활용해 연간 4억8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중수도 개념을 확대한 하수처리수 재이용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배출되는 하수를 농업용수 또는 하천유지용수로 사용하거나 땅 속으로 보내 지하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올해 경기 부천시 굴포천 하수처리장에서 상동과 중동신도시로 배관이 설치돼 하루 8만t을 공급하는 시범사업이 착수되며 2006년까지 3억2000만t의 하수가 재활용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간 오수 배출량은 65억t으로 수돗물 공급량(58억t)보다 많다”며 “오수 재활용이 새 상수원 개발보다 비용이 싸고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물도 만든다〓사용 가능한 수자원 자체를 늘리는 방법으로 ‘해수담수화’와 인공강우를 들 수 있다.

해수담수화는 바닷물을 증발시키거나 전기분해로 민물을 얻는 기술. 중동지역이나 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재 제주도 등 28개 섬지역에 소규모 시설들이 가동 중이고 2005년까지 48곳에 시설이 추가 설치된다. 또 증발식 담수화시설의 경우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이 세계시장에서 기술력의 우위를 보이고 있어 중동 등에서 외화획득도 노릴 만하다는 것.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드라이아이스나 요오드화은 같이 수증기를 응결시키는 ‘구름씨’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 기상연구소는 95년 경북 내륙지방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해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이 또한 경제성이 문제다. 미국의 실험 결과 비 1t을 내리게 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원 정도로 국내 상수도요금(t당 397원)의 25배에 이른다.

▽수자원 효율적 운영 시급〓다양한 수자원을 지역 특성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물부족 해결의 관건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승 박사는 “지역과 계절에 따라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방법만으로도 현재 물 사용량의 5%를 추가로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물 현황 파악과 기술력 확보도 필수 과제. 99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수자원 확보기술은 선진국의 40% 선이고 특히 물 순환시스템과 관련된 수리 및 수문기술은 23% 수준으로 토목분야 중 가장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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