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모내기 고민 50대 농부 비관 자살

  • 입력 2001년 6월 6일 18시 59분


4일 오후 10시경 전북 김제시 청하면 박모씨(56) 집에서 박씨가 제초제를 마신 뒤 신음중인 것을 부인 이모씨(48)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5일 오전 숨졌다.

부인 이씨는 “남편과 함께 논에 물 대는 작업을 하다가 귀가해 저녁밥을 차리던 중 마당에서 ‘퍽’ 소리가 나 나가 보니 남편이 입에서 하얀 거품을 내뿜은 채 마당에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제초제 병이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박씨가 물이 부족해 자신의 논 1만3000여평 중 6000여평에 모내기를 못하자 며칠 전부터 심한 고민을 해왔다는 이씨의 말에 따라 박씨가 이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 마을 20여가구 농민들은 물이 부족하자 마른 논에 볍씨를 뿌리는 ‘건답직파’를 했으나 지난해 건답직파에 실패한 박씨는 올해는 모내기를 하겠다며 800여m나 떨어진 농수로에서 물을 끌어대기 위해 며칠 동안 고생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제〓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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