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남 합천군에 따르면 임란 3대 의병장으로 불리는 내암 정인홍(萊庵 鄭仁弘) 선생 등 113위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인 ‘창의사(彰義祠·사진)’ 현판은 전 전대통령이, 사당 아래 유물관은 국회의원을 지낸 권해옥(權海玉) 주택공사 사장이 각각 썼다는 것.
또 강당인 ‘경의당(敬義堂)’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김용균(金容鈞) 의원이, 출입문 중 하나인 ‘내삼문(內三門)’은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가, 기념탑은 강석정(姜錫廷) 합천군수가 각각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어섰던 의병들의 뜻을 기리는 기념관의 현판 휘호를 역사적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 등에게 맡긴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준공식 당시에도 일부 참석자들은 나눠먹기 식으로 정치인들이 휘호를 하도록 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허권수(許捲洙) 소장은 “순수한 취지의 기념사업들이 관(官) 주도로 흐르면서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며 “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들 스스로가 휘호를 사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을 추진한 ‘임란창의 기념사업회’(회장 윤태현·尹泰鉉)의 김영수(金英洙) 사무국장은 “전 전대통령의 경우 대통령을 지낸 데다 창의장의 후손이고, 합천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과 도지사 등은 기념사업에 기여한 공이 많아 휘호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합천 임란창의 기념관’은 93년 대병면 성리 3만4000㎡의 부지에 국비 및 도비 57억5000만원과 주민성금 3억5000만원 등 모두 61억원이 투입돼 8년 만인 지난달 10일 준공됐다.
<합천〓강정훈기자>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