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신입사원과 BMW

  • 입력 2001년 6월 7일 18시 47분


친구 사이인 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모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한잔하는 사이에 자연스레 또래들이 험한 세상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친구가 ‘들은 얘기’라면서 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얼마 전 국내 대기업에 한 신입사원이 입사했는데 출근 첫날 BMW 승용차를 몰고 나타났다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출근하자마자 선배들한테 ‘갓 입사하는 주제에 감히 외제 승용차를 몰고 나와서 누구 기 죽이겠다는 거야, 뭐야’에서부터 ‘시건방지다’까지 별소리를 다 들었지.”

“그게 무슨 이야깃거리가 돼? 돈이 있으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런데 이튿날 그 친구는 그랜저 새 차를 타고 나타났다는 거야.”

이날 모인 30대 직장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제법 오랫동안 진지하게 ‘토론’했다. 결론은 이랬다.

“그러니까 BMW가 문제가 아니라, 이튿날 바로 새 그랜저를 뽑아 몰고 나올 수 있는 능력과 그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정서가 다른 점이 놀랍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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