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F16기 조종사 민가 피해 탈출 필사의 노력

  • 입력 2001년 6월 10일 18시 42분


“플레임 아웃(엔진작동 중지)됐다.”(사고기)

“에어 스타트(공중 재시동) 실시해. …뒤로 불꽃이 나온다. …계속 화염이 나온다. 이젝션(비상탈출)하라. 이젝션, 이젝션….”(동료기)

“민가를 피해 이젝션하겠다.”(사고기)

8일 밤 경북 안동의 한 야산에 추락한 공군 F16D 전투기 조종사 이진욱(李眞旭) 박주철(朴柱哲) 대위가 비상탈출 직전 뒤따르던 동료 전투기 조종사 및 예천 관제탑 관제사와 교신한 내용 중 일부다.

공중에서 엔진이 꺼진 뒤 곤두박질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기체가 민가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날 오후 야간 공대지 폭격 훈련에 나선 사고기는 밤 8시35분 경 고도 4㎞ 상공에서 갑자기 엔진이 꺼지자 즉시 예천기지로 기수를 돌리고 재시동을 시도했다. 그러나 고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기체 폭발 위험까지 커지자 조종사들은 다시 기수를 민가 불빛이 없는 곳으로 돌린 뒤 공중탈출 최저고도인 1.2㎞ 상공에서 비상 탈출했다.

전투기는 인근 야산에 추락했고 이로 인해 산불이 생겨 임야 3.3㏊ 가량을 태웠으나 다행히 인명과 민가피해는 없었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 추락사고가 생겨 국민에게 면목이 없지만, 조종사들이 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안위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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