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째 계속되는 가뭄에 저수지들은 진흙탕 속을 내보이며 뒤척이고 있다. 여기저기 들이대는 굴착기와 양수기에 밭은 숨을 토해내며 신음하고 있다. 드문드문 남아있는 물웅덩이도 호스를 들이대자마자 흙탕물을 내뱉으며 돌아눕는다.
이번주는 물론 다음주에도 비 소식을 장담할 수 없다는 기상청의 예보. 과연 얼마를 더 버틸 수 있을까. 이곳저곳 물이 고일 만한 곳이면 여지없이 저수지의 밑바닥을 파헤쳐 보지만 들녘의 목마름을 적시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11일 오후 폭양이 내리쬐는 충북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초평저수지. 이 저수지는 만수 때 저수면적이 259㏊로 충북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 하지만 이번 가뭄으로 수위가 급속히 낮아지면서 맨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63개의 낚시 좌대들은 평소와는 달리 물에 떠 있지 못하고 땅에 달라붙어 있다. 좌대 영업을 하는 30여 가구는 생업을 놓은 지 오래다.
강원 횡성군 갑천면 율동리 율동저수지. 밤골과 창말의 들녘에 물을 대주던 이곳도 20여일 전부터 완전히 물이 말랐다. 마을주민 배종근(裵鐘根·63)씨는 “늦기는 했지만 겨우 모내기를 마쳤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지금까지는 저수지 밑 하천바닥을 파 논물을 댔으나 그마저도 물길이 끊겼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1일 오전 11시경 울산 울주군 서생면 화정리 술마마을의 술마저수지. 이 마을 주민 오용걸(吳龍杰·57)씨는 경운기에 호스를 연결해 저수지 바닥에 고여있던 물을 뿜어 올리다 금세 물이 말라버리자 아예 경운기 시동을 꺼버렸다. 아직 모내기를 못한 논 1000평과 토마토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기 위해 서둘러 새벽같이 집을 나선 오씨였다. 논 5만여평에 물을 공급해온 이 저수지는 한창 모내기를 해야 할 때인 지난달 말부터 마르기 시작해 이제는 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있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 수계의 주요 댐들도 말라가고 있다. 남강댐은 며칠 전부터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해 저수율이 11.2%까지 떨어졌고 안동댐은 33.1%에 불과하다. 임하댐 합천댐도 저수율이 각각 25.8%, 27.2%에 그치고 있다.
비교적 가뭄 피해가 덜한 전북지역도 무주군 무주읍 산의저수지 등 도내 169개 저수지가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53개 저수지의 저수율이 10% 미만이며 20% 미만인 곳도 100여곳이 넘는다.
<춘천·창원·청주·의정부〓최창순·강정훈·지명훈·이동영기자>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