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학생부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고교등급화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대학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양대는 12일 2002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 합격자 512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모집단위별로 예비합격자의 범위에 들었던 수험생 중 상당수가 심층면접 뒤 탈락했다고 밝혔다.
고교 내신우수자전형과 리더십추천Ⅰ전형의 경우 모집인원의 3배수를 학생부로 뽑고 심층면접을 한 뒤 학생부 성적 60%와 심층면접 성적 40%를 더해 사정한 결과 최종합격자 300명 중 당초 합격권에 들었던 149명이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모집 합격·불합격 성적 및 순위비교 | ||||||
모집단위(정원) | 출신고 | 영어 | 과학 | 수학 | 면접 | 석차 |
건축공학(4명) | 전북 M고 | 97.91 | 98.58 | 97.63 | 192.27 | 11(2) |
서울 Y고 | 96.31 | 96.42 | 96.87 | 371.20 | 2(12) | |
전기전자컴퓨터(6명) | 경기 H고 | 99.36 | 99.36 | 99.03 | 217.73 | 15(1) |
부산 B고 | 95.76 | 95.87 | 98.65 | 361.47 | 2(18) | |
경영학부(8명) | 경기 Y고 | 98.09 | 97.84 | 98.83 | 318.53 | 21(3) |
서울 I고 | 97.23 | 95.41 | 95.80 | 365.80 | 3(17) |
내신우수자전형은 200명 중 100명, 리더십추천Ⅰ전형은 100명 중 49명의 순위가 바뀌었다.
특히 학생부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아 합격권에 들었던 지방고 출신 수험생들이 심층면접에서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출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떨어지는 등 지역별, 고교별 학력차가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6명을 뽑는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에 지원한 경기 H고 출신 A군은 학생부 석차 백분위가 전교 0.75%로 1차 서류전형에서 모집정원의 3배수인 18명 중 1등이었으나 심층면접에서 400점 만점에 217점을 받는 데 그쳐 15등으로 탈락했다.
반면 A군과 경쟁한 부산 B고 출신 B군은 학생부 석차 백분위가 3.2%로 1차 전형에서는 18등으로 꼴찌였으나 심층면접에서 A군보다 143.7점 많은 361.47점을 받아 2등으로 합격했다.
건축공학부(모집인원 4명)에서도 전북 M고 출신 C군은 학생부 석차 백분위 1.7%로 1차에서 2등이었지만 심층면접 성적이 192.27점로 저조해 11등으로 탈락했고 석차 백분위 3.5%로 1차에서 12등이었던 서울 Y고의 D군은 면접성적 371.20점을 받아 내신 불리를 만회해 2등으로 합격했다.
한양대 배영찬(裵榮粲) 입학관리실장은 “학생부 성적이 비슷하더라도 학생들의 학력은 지역별, 고교별로 큰 차이가 난다”며 “대학들이 학생부를 불신하는 만큼 학력차를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검정고시 출신인 담요한군(14)은 외국 거주 경험이 없으면서도 토익 960점을 받아 최연소로 세계화전형에 합격했고 수능성적우수자전형(5명 모집)에서는 수능성적이 390점 이상인 지원자 20명이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