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병원 시민불만]'제몫 챙기기' 국민만 멍든다

  • 입력 2001년 6월 13일 18시 29분


《민주노총 산하 양대 항공사 노조가 12일 파업에 돌입한데 이어 13일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차수련·車水蓮) 산하 서울대병원 등 6개 대형병원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양대 항공사 노조가 12일 파업에 돌입한데 이어 13일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차수련·車水蓮) 산하 서울대병원 등 6개 대형병원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항공 여행객 불편〓두 항공사 노조의 파업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여행객들의 불편은 물론이고 수출입 물량 수송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13일 오후 6시 대한항공편으로 미국 시카고로 가려던 김석규(金碩奎·30·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예약취소 통보를 받고 다른 항공편을 알아봤지만 빈자리를 찾을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자유여행사 민경숙(閔京淑)이사는 “파업에 대비한 12, 13일은 출국이 연기된 고객이 하루 평균 40∼50명이었지만 외국 항공사로 예약손님을 돌리려 해도 빈 좌석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이사는 “14일 이후에도 파업이 계속될 경우 미주 유럽행 여행객들을 위해 예약한 외국 호텔 등에 예약취소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동편 국적 항공사 발권카운터에는 평소보다 승객수가 크게 줄었든 반면 여객과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화물 노선의 운항이 대부분 취소되는 바람에 반도체와 컴퓨터, 고급의류 등 항공화물 수송에 큰 차질을 빚었다.

부산 김해국제공항의 경우도 이날 평일 정상운항 편수인 67편 중 14편만 운항돼 53편이 결항됐다. 이에 따라 이용객수도 하루평균 2만5000여명에서 6500명으로까지 줄었으며 화물수송량도 하루평균 480t에서 170t으로 줄었다.

광주공항에서는 대한항공의 경우 서울 5편(왕복) 및 제주 3편이 이틀째 모두 결항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2편이 결항해 3000여명의 승객이 열차 및 버스편으로 발길을 돌렸다.

특히 연간 18억달러의 반도체를 수출하고 있는 앰코코리아㈜ 광주공장은 이번 항공파업으로 하루 약 50억원(400만달러) 상당의 반도체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의 경우도 이번 파업으로 여수 진주 울산 청주 군산 등 중소도시와 연결하는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돼 일부 탑승예정객이 선박편을 이용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환자들의 불편과 불만〓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1층 로비는 파업출정식을 벌이는 이 병원 노조원 1000여명과 병원을 찾은 환자 및 보호자들이 서로 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출정식 사이사이에 노조원들이 스피커를 키워놓고 노래를 부르자 환자와 보호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산부인과 치료차 이 병원을 찾은 황모씨(42·여·서울 용산구 이태원동)는 연방 손으로 귀를 막으며 “스피커 소음으로 인해 환자들이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서 “가장 정숙해야 할 병원에서 파업출정식이라니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6가 이화여대부속 동대문병원에 피부병 치료를 위해 온 김모씨(35·여·서울 강서구 공항동)는 “평소 30분이면 진료에서 처방까지 받을 수 있는데 오늘은 2시간반이나 걸렸다”면서 “처방전을 타려고 아직도 30명 넘게 줄을 서있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치료중인 임상길씨(55)는 “병원파업과 관련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병원도, 노조도 전혀 설명하지 않아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서울대병원측은 파업에 대비, 평소 하루 115건 정도이던 수술 일정을 이날 66건으로 줄였다.

전남대병원은 이날 파업에 따라 비노조원 및 일용직원들을 대체근무토록 했으나 진료접수 및 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현기득·민동용기자·부산·광주·제주〓조용휘·김권·임재영기자>rat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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