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高를 찾아서]서울 선린인터넷고등학교

  • 입력 2001년 6월 14일 18시 33분


멀티실습실에서 특성화수업을받고 있는 학생들
멀티실습실에서 특성화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전통의 상업고등학교에서 97년 선린정보산업고, 올해부터 선린인터넷고로 다시 태어난 서울지역 유일의 특성화고.

13일 오후 5시 본관 2층 멀티실습실. 102년 역사를 말해주듯 건물은 낡고 때묻었지만 모니터를 노려보며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는 학생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장래 희망이 방송국 PD인 박고은 양(멀티미디어 디자인과 1학년)은 하루 6교시 수업 외에 3시간을 더 수강한다. 아침 7시반에 등교, 특기적성수업을 1시간 들은 뒤 방과 후 2시간 동안 이곳 멀티실습실에서 3D기초와 영상편집을 배운다.

그것도 모자라 수업이 끝나면 다시 컴퓨터학원에 간다. “나름대로 컴퓨터 하면 자신 있었는데 친구들을 보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침 저녁 3시간의 특강은 선택사항. 하지만 인터넷고 1기인 1학년은 3분의 2 정도가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높다. 특강이 끝난 다음에도 밤 10시까지 개방하는 16개의 실습실은 동영상반 전자상거래반 만화반 해커반 게임제작반 등 동아리활동을 하는 학생들로 꽉 들어찬다.

상대적으로 중학교 때 성적이 좋지 않았던 2, 3학년생들도 1학년 후배들에게 자극받아 전체적으로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게 천광호 교장(55)의 설명. 지각생도 거의 없어졌다.

전산 등 전공교사들은 무척 힘들어졌다. 학원을 다니며 새로 공부하고, 직접 교재도 개발해야 했기 때문. 지난해 전공교사 32명 중 20여명은 여덟달 동안 200여시간씩 연수를 받았다. 리눅스강좌는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들과 교사가 나란히 앉아 배운다.

강진자 교사(인터넷윤리)는 “학생과 선생이 함께 배우다보면 수업도 자연히 토론식, 세미나식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정보통신과, 웹운영과, 전자상거래과, 멀티미디어디자인과 등 4개 학과. 공통 전공과목 중에는 디지털사운드 기업경영 등 특색 있는 것들도 많다. 기업경영은 벤처창업을 염두에 둔 과목. 디지털사운드 시간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갖가지 악기소리를 섞어 나만의 소리를 만들어 본다.특성화고로 지정되면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지만 작년 12월에야 인가를 받는 바람에 올 신입생은 모두 서울 출신. 내년에는 경기도, 인천까지 선발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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