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손씨의 사망원인에 대한 미국 경찰의 수사소홀과 타살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손씨측의 도나 스미스 변호사(여)는 이날 오후 한국측 파트너인 법무법인 ‘대륙’의 리처드 리(한국명 이용구) 변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최초 검시 의견은 ‘손씨 사망전후의 정황에 대한 고려 없이 경찰의 자연사 의견에 따라 내린 의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검의사는 이에 따라 “사망원인에 대한 의견을 ‘익사로 인한 자연사’에서 ‘사인 불명’으로 수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스미스 변호사는 전했다. 이 의사는 그동안 휴가를 갔다가 20일 돌아왔다.
부검의사는 이 변호사 등 한국 변호사들이 미국 현지 검찰과 경찰에 제출한 ‘목격자 인터뷰 및 현장조사 보고서’를 본 뒤 “손씨 사망과 관련된 이런 정황을 몰랐다”며 “손씨 시체에 대해 재부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또 스미스 변호사에 따르면 손씨의 남편 숀 마이클(32)은 손씨 사망 직후 손씨가 가입했던 휴대전화회사에 손씨의 통화내역과 음성녹음된 메시지를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미스 변호사는 손씨가 거래했던 휴대전화 회사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손씨의 사고 당일 통화내역은 손씨의 사망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손씨의 남편이 이런 단서를 없애려 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가 이 사건에 직접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스미스 변호사는 전했다.
한편 손씨의 미국인 친구인 댄 앳킨스는 20일 “시체발견 전날 손씨와 여러 차례 통화했는데 손씨는 당시 ‘무서워서 혼자 있을 수 없으니 같이 지내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앳킨스씨는 시체발견 전날 오후 3시까지 손씨와 통화한 뒤 이날 밤 10시반까지 손씨의 전화가 오지 않아 일을 보고 다음날 오후에 들어왔으며 귀가해 확인해보니 손씨의 집에서 전날 밤 11시반에 걸려온 전화기록이 있었다고 말했다.
앳킨스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려 했으나 경찰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