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육종 투병 한상연씨 어머니의 눈물의 사연

  • 입력 2001년 6월 26일 18시 55분


김영숙씨가 암치료를 받고 있는한상인씨(오른쪽)를 돌보고 있다
김영숙씨가 암치료를 받고 있는
한상인씨(오른쪽)를 돌보고 있다
“죽어 가는 자식을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도뿐입니다. 신음하는 아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못난 어미의 죄책감은….”

며칠 전 동아일보 사회부에 한 부인이 애달픈 육필 편지를 보내왔다. 죽어 가는 아들을 위해 마지막 희망인 글리벡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배달돼 오는 독자편지 가운데 이 편지가 유달리 눈에 띈 것은 구절 구절에 피맺힌 모정과 절박함이 아로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편지를 보낸 이는 암으로 5년째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한상인씨(22)의 어머니 김영숙(金榮淑·48·인천 부평구 삼전동)씨. 아들 한씨는 동아일보가 인제백병원과 함께 올 3월말부터 공모해 6월초 시상한 투병 문학상 공모전에서 가작에 입상한 인물이기도 했다. 이 투병기에서 한씨는 기나긴 투병 과정에서 모든 것을 헌신한 부모에 대한 애정과 다시 찾은 삶에 대한 애착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완쾌된 줄로만 알았던 아들 한씨가 다시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5월. 진단 결과 이제는 암세포가 간까지 퍼졌다는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 김씨는 절망에 빠졌다.

마지막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수단은 글리벡이라는 항암 치료제. 하지만 한달 약값이 300만원 가까이 든다는 말에 김씨는 다시 한번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97년 10월 골육종이라는 진단을 받은 한씨는 왼쪽 무릎 관절을 잘라내고 인공 관절을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골육종은 10∼20대의 남성에게만 발병하는 희귀 암. 이 때 암이 폐까지 전이돼 폐 수술도 함께 받았다. 그 후 5차례에 걸친 수술로 한씨는 조금 남아 있는 왼쪽 폐로만 숨을 쉬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5월 아들 치료비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남편마저 급성 간경화로 세상을 떴다.

“아들은 아직 암이 재발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어요. 제가 병원비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아파도 신음 소리조차 내려 하질 않아요.”

김씨 가족의 수입이라고는 김씨가 농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벌어 오는 60여만원이 전부. 김씨는 “지금까지는 아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텨 왔지만 이제는 도무지 대책이 서질 않는다”며 지쳐 버린 심정을 토로했다. (011-9967-0419, 032-525-1272)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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