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4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3동 양재천 학여울 지역. 다섯살배기 손자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임희완교수(건국대) 부부는 “흉물처럼 방치돼 있던 곳이 훌륭한 시민의 안식처로 탈바꿈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울 강남구가 지난해 12월부터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지점에 조성한 1만2000여평의 학여울 생태공원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주말에는 인근 초등학생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생태공원은 자연학습장〓학여울 생태공원은 물을 맑게 해 주는 노랑꽃창포 등 토종 수생식물 14종 6만3000여포기와 버드나무 숲길 310m, 습지 2곳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한강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양재천에는 △버들치 쏘가리 참붕어 등 어류 22종 △황조롱이 백로 등 조류 36종이 산다.
특히 양재천이 공원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95년 이후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와 324호인 수리부엉이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최근에는 학여울 구간에서 너구리 가족 4마리와 참개구리 등이 관찰돼 공원관계자들을 흥분시키기도 했다. 개장일인 21일 구룡초등학교 학생 1500여명에 이어 23일에는 한대부속초등학교 학생 240여명이 공원을 찾는 등 자연학습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태공원은 시민안식처〓학여울 지역 주변 7.4㎞ 구간에 마련된 자전거 도로는 인근 주민들의 체력단력장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며 땀을 흘리는 주민들이 끊이지 않는다.
또 습지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나무발판, 양재천 사이에 설치된 징검다리 등은 옛 정취를 더해준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분리되지 않아 사고 위험성이 높은 게 흠. 강남구는 10월까지 길이 5㎞, 폭 2m 규모의 인도를 별도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공원에 산책을 나온 조병학씨(44·강남구 일원동) 부부는 “아침공기가 판이하게 달라졌고 부부가 아무 때고 편안한 시간에 다정하게 산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기쁘다”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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