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달 들어 본격적인 피서철에 접어들었지만 제주의 특급호텔 예약률은 부진하기만 하다. 서귀포시 해안에 위치한 특급호텔의 경우 이달 객실 예약률이 50%선에 머물고 있으며 8월분은 30% 안팎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80(7월분)∼60%(8월분)의 객실 예약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수준.
다만 유명 민박시설과 콘도미니엄에는 휴가철 피크기간인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한달 동안 방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예약이 몰려 대조적이다.
▽‘관광제주’의 현주소〓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97년 436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여파로 98년 329만명, 99년 366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411만명으로 다시 늘어났으며 올해 유치 목표는 420만명.
올 들어 지난달까지 6개월간 제주 관광객은 총 199만여명. 지난해 같은 기간 199만5000여명에 비해 5000여명이 줄어들어 목표달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여행 관계자들은 국내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는 바가지 요금 등 고질적인 ‘관광부조리’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광객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특산품 가격과 천편일률적인 ‘단체식사’ 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식당이나 관광지에서는 손님을 데려온 관광안내원이나 운전기사 등에게 일정 비율을 떼주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다. 결국 이 돈은 관광객의 추가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 여행사가 앞장서 ‘덤핑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영세 여행사 등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가고 있다”며 “여행사측은 덤핑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구조적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관광협회 차우진(車宇鎭) 사무국장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적정 관광요금을 공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인프라 및 관광상품 부재〓틀에 박힌 관광상품도 문제다. 폭포와 관광지 몇 곳을 둘러보고 토산품이나 특산품점으로 직행하는 그렇고 그런 관광상품으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관광객의 수요를 맞출 수 없다는 이야기다.
또 해마다 펼쳐지는 유채꽃잔치 벚꽃축제 칠십리축제 감귤축제 등도 자치단체장을 홍보하는 ‘동네잔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한라대 김대용(金大容·관광중국어통역과)교수는 “관광객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춘 관광상품이나 축제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관광지 종합개발사업’도 답보상태다. 제주도 종합개발계획(1994∼2001년)에 따라 추진된 3개 관광단지 20개 관광지구 사업은 올해가 마감 연도이지만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제주도는 98년 대형 카지노 시설을 포함한 ‘메가 리조트’개발을 발표하고 여러 차례 외자유치 활동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활로는 없는가〓제주의 관광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은 제주지역을 사람과 물자,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으로 만든다는 대형 프로젝트. 현재 민주당 내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기획단’에서 세부계획을 심의 중이며 이르면 연내에 ‘국제자유도시 특례법’ 제정이 추진돼 2010년까지 4조6000억원이 투자된다.
이 같은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테마파크 등 문화적 의미를 담은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 제주관광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테디베어뮤지엄’이나 ‘영화박물관’ ‘코끼리랜드 코끼리쇼’ 등 테마파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골프 승마 등과 연계된 고부가가치 관광상품도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대 송재호(宋在祜·관광개발학) 교수는 “테마파크 문화체험 등 소규모 관광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개발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등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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