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 손에 보이는 손수건처럼 빨간색 불이 켜지면 길을 건너나요? 안 건너나요?”
“안 건너요!”
“자, 그럼 파란불로 바뀐 뒤 길을 건널 땐 어떻게 하죠?”
“엄마 아빠의 뒤를 따라서요.”
김씨의 ‘교통 마술’에 흠뻑 빠진 아이들은 두 눈을 반짝이며 우렁차게 대답한다.
모 방송사의 본 프로그램 전 5분 정도 진행되는 어린이 대상 교통교육이지만 18년째 어린이 프로에 출연해온 김씨의 말솜씨로 그 효과는 몇 시간짜리 교육보다 오히려 높다.
김씨는 “아이들에겐 항상 어른 뒤를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도록 가르쳐야 한다”며 “성인 보행자를 본 운전자들의 조심 운전으로 뒤따르는 아이들은 대부분 안전해진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교통교육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나가는 김씨의 모습은 개그맨이 아닌 교통 전문가다. 치열한 방송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관심만으로 교통캠페인에 매달리는 김씨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제 자신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10여년 동안 이들을 옆에서 도와주다 보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이 때문에 김씨는 98년 자비 3000여만원을 들여 고속도로 상에서 고장난 차량의 뒤편에 설치하는 ‘SOS 표시등’도 개발했다. 이를 위해 경찰청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교통사고 판례집 등을 하루 5, 6시간씩 연구했다.
돈만 날려버린 뒤 그는 교통장비 및 교통법규 전문가로 변신했다.
“교육으로 운전자들의 태도를 바꿔야 해요. 운전학원에서도 면허증을 따도록 해주는 교육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선 어떤 사고가 날 수 있고 어떻게 방어운전을 해야 하는지 등 사고내지 않는 운전자로 만드는 교육을 해야죠.”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