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野분석 방송의 언론관련 보도]"탈세 기정사실처럼 보도"

  • 입력 2001년 7월 3일 18시 36분


지난달 20일 국세청이 23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연일 신문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200억∼400억원대의 추징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방송사들은 자사의 문제점이나 현 정권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는 데는 소홀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해당 신문사의 반론이나 해명 보도에도 소홀해 공정성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방송 3사 메인 뉴스에 대한 한나라당측의 분석 내용.

▽신문 공격〓국세청 1차 발표가 있던 지난달 20일 방송 3사는 5∼8개의 관련 아이템을 뉴스의 맨 앞부분에 편성, 보도했다. 방송 3사는 ‘탈세로 치부’ ‘한술 더 뜬 탈세’ 등의 제목으로 동아 조선 중앙 등 신문사의 탈세를 기정사실화했다. 30∼40분 가량 진행되는 방송 3사의 이날 메인뉴스 중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보도에 배정된 시간은 각각 7분31초(KBS), 8분18초(MBC), 10분53초(SBS)였다.

방송 3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발표가 있던 지난달 21일에도 ‘나쁜 점 빼 닮아’ ‘이렇게 부당거래’ 등 4∼6개의 아이템을 같은 방식으로 편성, 보도했다. 방송 3사는 그 뒤에도 매일 평균 2, 3개씩의 아이템을 편성해 신문 흠집내기를 계속했다.


이 같은 보도 태도는 국세청이 동아 조선 등 6개사를 검찰에 고발한 지난달 29일 정점에 이르렀다. 전파낭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날 1시간반 동안 국세청 발표 내용을 동시 생중계했던 방송 3사는 뉴스시간의 절반 이상(KBS 20분48초, MBC 21분6초, SBS 15분26초)을 관련 보도에 쏟아 부었다.

▽불공정 보도〓그러나 이처럼 신문 때리기에 나선 방송 3사가 스스로의 문제점을 비판한 것은 한 두 차례에 불과했다. MBC가 지난달 21일 사과 방송을 내보내고 국세청 2차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방송 3사가 자진 공개와 투명경영을 약속한 것이 고작이었다.

또 이번 국세청 발표가 ‘부풀리기’ 의혹이 짙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도 조사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방송 3사는 ‘언론개혁 첫걸음’ ‘신문개혁 촉구’ 등 대부분 발표내용과 정부측 주장만을 그대로 보도했다.

방송사들은 또 해당 신문사의 반론이나 해명은 10초 이내로 짤막하게 취급했고 그나마 구체적 내용을 소개하지 않은 채 단순히 ‘반발’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정부의 언론개혁 작업에 우호적인 특정 시민단체나 시민들의 반응은 충실히 보도해 왔다는 게 한나라당의 지적이다.

방송인 출신인 한나라당 양휘부(梁輝夫) 총재특보는 “여야 정치권의 관련 공방을 보도할 경우에도 청와대와 국정홍보처, 여당 대변인의 발언을 모두 소개하고 야당은 대변인 코멘트만 보도한다”며 “방송의 교묘한 편파 보도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방송사 해명〓한 방송사 고위관계자는 “정부 여당은 발표 창구가 많지만 야당은 대변인 한 곳밖에 공식 창구가 없다”며 “현장 상황이 발생해야만 보도할 수 있는 방송 특성상 여권 의견이 더 많이 보도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 일선 방송기자는 “현재 보도 태도는 언론개혁에 대한 기자들의 신념에 의한 것이지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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