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사고 현장]장대비속 생존자들 "살려달라" 절규

  • 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35분


'구겨진 헬기'
'구겨진 헬기'
헬기 추락사고 당시 탑승자 12명 가운데 4명을 구조하고 6명의 시신을 인양한 것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었다.

경남 진해시 웅천에서 4㎞ 떨어진 연도에서 횟집을 경영하는 김강식씨(39)와 최상곤(41·어업), 제철진씨(52·효명건설 반장) 등 3명은 헬기 추락 장면을 보자마자 곧바로 사고현장으로 어선을 타고 가 구조활동을 벌였다.

▽구조 현장〓제씨는 “폭우가 쏟아져 막사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헬기 굉음이 들려 밖으로 나와보니 헬기가 바다 위를 빙빙 돌다 곧장 추락했다”고 말했다.

제씨 등 3명은 김씨 소유 1.5t급 어선 연진호를 타고 섬에서 1.5㎞ 가량 떨어진 사고지점으로 배를 몰았다. 추락 현장에는 헬기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시신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헬기 잔해와 시신들 사이에서 일부 생존자들이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들은 생존자들에게 빈 기름통을 던져 의지하게 한 다음 떠다니는 시신 6구를 인양한 뒤 생존자 4명을 차례차례 배에 끌어올렸다. 구조작업은 10분 만에 끝났다.

이에 앞서 사고소식을 통보받은 용원지서 소속 경찰관 3명은 순찰정 세라11호를 타고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실종자 2명에 대한 구조작업을 벌였다. 당시 사고현장 부근은 짙은 구름에다 안개가 끼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실종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어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과 해경 구조대원들도 현장에 도착, 바다 밑 헬기의 잔해 속에서 실종자 1명의 시신을 인양했다.

▽병원〓부산 서구 동대신동 동아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부기장 강익수씨(49)는 왼쪽 폐와 척추를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

강씨는 비교적 의식이 뚜렷한 상태이지만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말을 약간 더듬었다. 강씨는 “사고 당시 짙은 안개로 앞을 전혀 분간할 수 없어 조종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낙뢰를 맞거나 고압선에 걸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기장이지만 이번 운항에서는 부기장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기상상태가 좋지 않으니 김해공항으로 돌아가자고 해 헬기를 돌리려는 순간 바다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강씨는 “공항경찰에 제출하는 운항계획서에는 본인이 기장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날은 부기장 역할을 했으며 조종은 기장자격이 있는 정재권씨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남 마산시 새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대우조선 신오균 차장(41) 등 3명도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김종진 회장(61) 등 5명의 시신이 안치된 마산삼성병원에는 사고소식을 듣고 급파된 동국제강 관계자들이 장례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며 장례 편의 등을 위해 경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시신을 서울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 이광진 부장(48)의 시신이 안치된 부산 사하구 장림동 하나병원 영안실에도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국제강 부산사무소 직원 10여명과 유가족 6명이 찾아와 울음을 터뜨렸다.

▽동국제강〓전문경영인 출신인 김 회장 일행의 참사소식이 전해진 5일 서울 중구 수하동 동국제강 본사는 충격에 휩싸였다. 회사측은 그룹 소유주인 장세주 사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장례대책 및 절차 등을 협의, 희생당한 임직원들의 장례를 회사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김 회장 일행은 이날 새벽 서울 본사를 출발, 김포공항에서 오전 8시30분발 부산행 비행기에 탑승했으며 11시40분경 김해공항에서 대우 옥포조선소로 가기 위해 대우조선 헬기로 갈아탔다가 변을 당했다.

김 회장은 포항제철이 창립한 1968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포철 사장까지 오르는 등 평생 철강산업에 종사해온 ‘철강인’. 그는 고 장상태 동국제강 회장이 타계하기 한달 전인 지난해 3월 동국제강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된 뒤 회장으로 승진해 전문경영인체제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김동원기자·진해·부산〓강정훈·조용휘·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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