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무조사' 칼럼 사이버 공방

  • 입력 2001년 7월 5일 23시 58분


《소설가 이문열씨(53)의 언론사 세무조사 비판 칼럼 ‘신문 없는 정부 원하나’를 둘러싸고 ‘곡학아세(曲學阿世)’ 논쟁이 벌어진 데 이어 그 불씨가 이씨의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www.munyol.pe.kr)로 번졌다. 이씨가 한 신문에 칼럼을 기고한 2일 이후 5일까지 나흘 동안 1000건이 넘는 찬반 양론의 글이 홈페이지에 올라왔고 갈수록 토론보다는 언어폭력에 가까운 글이 난무하고 있다.》

이씨는 네티즌의 질문에 대해 13차례에 걸쳐 자신의 의견을 폈으나 폭언이 늘자 5일부터 응답을 중단했다.

‘콜리산’이란 ID를 가진 네티즌은 “당신의 태도에 실망했다. 소장하고 있는 책 20여권을 반송할 테니 주소를 가르쳐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해 이씨는 “반송해 주시면 책값은 현행법상 최고 이율을 붙여 반환하겠습니다. 아울러 부탁하는 바는 어디 가서 내 책을 읽었다고 하지 마십시오”라고 답했다. 책값 환불 소문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 이를 확인하려는 네티즌이 이 게시판으로 몰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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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열씨 홈페이지 폐쇄

이씨는 3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히틀러가 공산당을 잡은 죄목은 ‘방화범’이었고, 중국의 홍위병이 위대한 작가 랴오서를 끌어낼 때 붙인 죄목은 파렴치범이었습니다. … 여러분의 이런 반응을 예상하면서도 (칼럼을) 쓰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한 정황에 대해서 올바르게 생각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몇몇 네티즌은 이씨가 부인한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소속 의혹’을 사실인 양 단정짓거나, ‘이씨도 탈세했다’는 등 인신공격성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반면에 ‘수인’이라는 ID의 네티즌은 “자기 주장에 찬성하지 않으면 우익파쇼집단이고 찬성하면 민주주의의 화신인 양 이분법적으로 재단한다면 전체주의 국가와 뭐가 다를 게 있는가”라며 냉정을 촉구했다.

이씨는 5일 저녁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특정 독자에게 개인적으로 책을 반환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일 뿐인데 누군가 악의적으로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처음에는 젊은 네티즌들과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지만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아 응답을 포기했다”면서 “그러나 게시판을 폐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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